[극지 선진국을 향해]5년내 500m급 시추기 개발 고대 기후의 비밀 벗겨낸다

  • Array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아라온호 남극 깊숙이 접근, 시추기로 해양퇴적물 채집
‘빙하 기포’로 과거대기 분석, 전인미답지역 탐사 큰 기대

기포가 들어간 얼음의 사진. 이 기포를 분석하면 과거 대기 상태를 알 수 있다.사진 제공 극지연구소
기포가 들어간 얼음의 사진. 이 기포를 분석하면 과거 대기 상태를 알 수 있다.사진 제공 극지연구소
지난 50년간 남극의 평균기온은 2.5도 올랐다. 지구 평균치의 약 4배다. 극지에 있는 해양퇴적물과 빙하는 이 같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으며 만들어진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기후변화의 기록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분석하면 수만 년 전 기후를 알 수 있다고 기대했다.

○ 아라온 타고, 남극으로 200km 이상 더 들어가 연구

극지연구소 고기구고해양연구팀 6명은 12월 10일경이면 한국의 첫 쇄빙선 ‘아라온’호를 타고 남극 안쪽으로 들어가 1주일간 해양퇴적물을 채집할 계획이다. 이번에 가는 곳은 외들 해 지역이다. 이곳은 떠다니는 빙하가 많아 그동안 러시아 내빙선 ‘유즈모르게올로기야’를 빌려 사용한 우리나라로서는 접근이 용이하지 않았다.

극지연구소 이재일 선임연구원은 “아라온호가 출항하면서 이전에 가지 못했던 지역도 탐사하게 됐다”며 “세종기지가 있는 맥스웰 만보다 남극에 200km 이상 가까운 만큼 기후변화를 보다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라온호에 실린 10m급 해양퇴적물 시추기로 채집한 퇴적물은 과거의 기후를 알려줄 열쇠다. 이 선임연구원은 “이번 탐사를 통해 지난번 빙하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기후변화 추이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지연구소는 앞으로 2∼3년 안에 30m급 해양퇴적물 시추기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 2012년경 아라온호 타고 빙하 시추

지난해 개발한 200m급 빙하 시추기를 몽골 고산지대에 설치하고 있다.사진 제공 극지연구소
지난해 개발한 200m급 빙하 시추기를 몽골 고산지대에 설치하고 있다.사진 제공 극지연구소
해양퇴적물 분석은 주변 환경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극지연구소 허순도 책임연구원은 “빙하 시추가 고대 기후를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남극 빙하의 평균 두께는 2500m에 이른다. 이렇게 두꺼운 빙하 안에 기포가 많다. 오랜 시간 눈이 쌓이고 쌓여 빙하가 만들어지는데, 얼음이 되는 과정에서 눈 사이에 있던 공기가 함께 얼면서 기포가 생긴다. ‘빙하 기포’를 분석하면 얼음이 만들어진 시기의 대기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다.

한국은 덴마크 미국 프랑스 등 세계 14개국이 공동 연구하는 ‘북극 그린란드 빙하시추 프로젝트(NEEM)’에 2007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탈리아와 동남극의 빅토리아 랜드에 70m 깊이 3곳과 500m 깊이 1곳을 시추한다. 두 프로젝트에서 모두 빙하 기포 속에 있는 미세입자를 분석하는 역할을 맡았다. 허 책임연구원은 “미세입자를 ppt(1ppt는 100만분의 1ppm) 수준으로 분석할 수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2∼3개 팀밖에 안 된다”며 “빙하연구 선진국이 되려면 빙하 시추기를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갖고 있는 빙하 시추기는 200m급이다. 지난해 개발해 올해 6월 해발 4204m인 몽골 뭉흐하이르항 산에서 시추에 성공했다. 내년부터 2015년까지 8억 원을 들여 프랑스와 함께 500m급 빙하 시추기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허 책임연구원은 “2012년경 아라온호에 200m급 빙하 시추기를 싣고 그동안 아무도 시추하지 않은 남극 서쪽에 있는 아문센 해역 인근 대륙을 시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