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책 시장 태블릿PC로 직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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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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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달리 전용단말기 수요 잠잠
아이패드 등에 맞는 콘텐츠로 눈돌려

미국의 도체스터 출판사는 9월부터 내는 책을 모두 전자책 형태로 낼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종이책 생산은 별도로 주문 받은 물량만 하게 된다. 이 출판사는 전자책의 비중이 커지는 시장의 변화에 맞춰 이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며칠 앞서서는 서점 체인 반스앤드노블이 회사 매각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미국 출판계를 강타했다. 이 역시 전자책의 영향이었다. 전자책 때문에 종이책 판매량이 줄어든 데다 아마존의 킨들에 대항하기 위해 자체 단말기인 누크를 내놨지만 상대가 되지 않았다.

미국의 전자책 시장은 최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4월에 나온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 때문이다. 애플은 아이패드가 가진 전자책 리더(reader)로서의 활용도에 큰 비중을 뒀다. 애플의 예상대로 앱스토어 내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앱)은 갈수록 늘어 현재는 전체 앱의 17%로 가장 많다. 아마존은 이에 맞서 지난달 말 139달러짜리 단말기를 내고 시장 수성에 나섰다.

미국의 전자책 시장이 이처럼 요동치는 데 반해 한국의 전자책 시장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 교보문고, 인터파크 등이 새로운 단말기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전자책 사업을 추진했지만 판매는 기대에 못 미쳤다. 30만 원대에 이르는 가격대가 부담스러운 데다 막상 구입을 해도 볼 만한 전자책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한 출판사 대표는 “한국 사람들의 평균 독서량은 일 년에 책 몇 권 살까 말까한 수준인데 그걸 보자고 비싼 단말기를 사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인의 성향으로 볼 때는 게임, 인터넷 등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는 태블릿PC가 더 어울린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한국에선 전용 단말기 시장을 건너뛰고 태블릿PC 시장으로 곧장 연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동은 시공사 주간은 “태블릿PC는 컬러가 지원되는 데다 동영상 연결처럼 다양한 구현 방식이 가능해 어린이 책이나 실용서에 적합하다”면서 태블릿PC를 기반으로 한 전자책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나무 출판사는 최근 시험 삼아 애플의 전자책 서점인 아이북스에 책을 한 권 올렸다.

미국의 전자책 시장에서 전용 단말기와 태블릿PC의 대결은 이미 치열하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전자책 전쟁-전용 단말기냐 멀티기기냐’라는 기사에서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예상보다 많은 책을 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패드 출시 후 첫 두 달에 책 내려받기는 500만 건으로 아이패드 한 대당 2.5권꼴이었다. 같은 기간 킨들 사용자는 3권을 구입했다.

한국에선 삼성의 태블릿PC 갤럭시탭(가칭)이 나오는 9월부터 이런 논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전자업체들도 태블릿PC를 준비하고 있으며 애플의 아이패드도 조만간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전용 단말기 업체들은 이에 맞서 최근 10만∼20만 원대 모델을 내놓으며 대응하고 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태블릿PC가 나온다고 해서 한국의 전자책 시장에 당장 큰 변화가 올 가능성은 적다. 중요한 것은 시간을 충분히 갖고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 체계를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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