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산다, 응급 상식]<5>뱀에 물렸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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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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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퍼지면 물린 곳부터 서서히 혈액 굳어
멀쩡해 보여도 병원서 항독소제 투여를

2007년 9월 경남 함양군 펜션으로 A 씨(당시 41세) 가족이 여행을 갔다. 한밤중에 A 씨는 갑자기 “낮에 봐둔 벌집이 있는데, 따오겠다”며 나갔다. 하지만 벌집은 따지 못했고 숲에 있던 뱀에게 다리를 물리고 말았다. 돌아온 A 씨는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별 이상이 없는 것 같다”며 “안심하고 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2시간 반 만인 오전 4시 입술이 파래지고 다리부터 마비 증세가 서서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A 씨는 숨졌다.

A 씨처럼 뱀에게 물렸을 때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아도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국내에 서식하는 독사의 독은 혈액에 작용한다. 물린 부위에서 시작해 혈액이 서서히 굳어간다. 물린 뒤 흥분해서 뛰지 말라고 하는 것도 독이 림프관을 타고 더 빨리 퍼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따라서 물렸을 경우 재빨리 휴대전화로 119나 1339응급의료센터에 전화를 걸어 설명을 들으며 대처하는 것이 가장 좋다. 겉보기에 괜찮다고 해도 방심하지 말고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거나 항독소제를 투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구조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는 독이 덜 퍼지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흥분해 걷거나 뛰면 안 된다. 물린 부위를 소독하겠다며 된장이나 소주를 뿌리는 사람도 꽤 있는데 이는 잘못된 민간요법이다. 알코올을 뿌리면 독이 더 빨리 퍼진다. 얼음이나 차가운 물질로 상처 부위를 문지르는 것도 절대 금물이다. 상처 부위가 썩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손가락을 물렸다면 부어오르기 전에 반지나 시계를 빼야 한다.

벌침은 카드로 긁어내야

얼음찜질은 뱀에게 물렸을 때는 피해야 하지만 벌에 쏘였을 때는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어 하는 게 좋다. 등산 중이라면 얼린 얼음물통을 대도록 한다.

쏘인 부위에 벌침이 남아있으면 손이나 핀셋으로 뽑지 말고 신용카드를 활용하도록 하자. 상처 부위를 긁어내듯이 쓸어주는 방식으로 벌침을 제거해야 한다. 갑자기 호흡이 곤란해지고 쇼크증상이 나타난다면 빨리 119에 연락을 하고 누워서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야 한다. 혈압이 떨어지기 때문에 뇌로 피가 덜 가게 되는데 다리를 높이면 도움이 된다.
(도움말: 이재백 전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응급처치 요령

―뛰면 더 빨리 독이 퍼진다. 침착하게 119나 1339로 전화를 건다.

―뱀에 물린 상처 부위를 깨끗한 천으로 살짝 덮는다.

―상처보다 3cm 위를 천이나 끈으로 살짝 압박하는 수준에서 묶는다.

―저릴 정도로 묶어서는 안 되며 상처 부위에 냉찜질을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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