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아하, 이약!]가다실, 서바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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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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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수호천사’… 3차례 예방주사로 “자궁경부암 꼼짝마”

《국내에 시판되면서 널리 알려진 명약들이 많다. 이들 대부분은 재미있는 개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가령 전립샘 비대증 치료제로 개발됐던 약이 탈모 치료제로 ‘둔갑’하는가 하면 심장질환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 발기치료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 잘 알려진 약을 중심으로 약의 개발 과정, 관련 질병 등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아하 이 약! 시리즈를 시작한다.》

어깨근육에 백신 접종… 성 경험없는 어릴때 맞을수록 효과
중년여성도 91%까지 암 예방… 약효 30년 지속 추정

직장인 김지선 씨(28·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최근 친구의 권유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맞았다. 김 씨는 얼마 전까지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러나 독감을 예방하듯 백신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에 당장 가까운 산부인과를 찾았던 것.

자궁경부암은 2분에 1명꼴로 사망하는 여성 암. 우리나라에서도 매일 여성 12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진단받고 3명이 사망해 여성 암 사망률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자궁경부암을 주사로 예방하는 세계 최초의 암 백신은 출시 전부터 관심거리였다. 바로 MSD 가다실(2007년 9월 시판)과 GSK의 서바릭스(2008년 10월 시판)가 그 주인공. 이들 백신은 6개월간 3회 접종함으로써 자궁경부암을 예방한다는 점이 같다. 하지만 치료 범위가 약간씩 다르다.

●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의 탄생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피부 접촉으로 감염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다. 현재까지 100여 종이 밝혀져 있고 그중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고위험군 HPV는 약 15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HPV 16, 18형 두 가지는 자궁경부암의 약 70%를 일으킨다.

HPV는 감기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흔한 바이러스이다. 따라서 HPV에 감염돼도 대부분은 치료를 하지 않아도 2년 안에 자연 치유된다. 그러나 △고위험군 HPV에 감염되었을 때 △발암의 보조 인자로 알려진 흡연자일 때 △오랜 기간 피임약을 복용했을 때 △면역력이 떨어져 있을 때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암으로 악화될 수 있다.

19세기 중반부터 의학자들은 수녀들이 자궁경부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자궁경부암과 성 접촉이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다. 당시 독일의 하랄트 추어하우젠 박사(74)가 HPV와 자궁경부암의 연관성에 대한 가설을 네이처 지에 발표한 게 계기가 됐다. 추어하우젠 박사는 10여 년의 연구 끝에 자궁경부암의 발생 원인이 고위험성 HPV에 의한 지속적인 감염임을 밝혔다. 이 같은 연구결과로 추어하우젠 박사는 20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추어하우젠 박사 덕분에 바이러스를 막는 백신을 개발하면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다. 이후 머크사(한국 MSD의 미국 본사)와 GSK는 15년간 각각 1조 원에 가까운 연구비를 투자했다. 머크사는 2006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세계 최초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인 가다실을 탄생시켰다. 그해 가다실은 타임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GSK의 서바릭스는 2007년 5월 호주에서 10∼45세의 여성을 대상으로 시판하도록 승인을 받았다.

● 두 백신의 차이점

가다실은 4가 백신인데 반해 서바릭스는 2가 백신이다. 4가 백신이란 4가지 유형의 HPV에 작용한다는 뜻이다. 즉 가다실은 HPV 16형과 18형을 차단할 뿐 아니라 생식기 사마귀의 주요 원인인 HPV 6형과 11형도 막는다는 얘기다. 결국 이 약은 자궁경부암, 질암 및 외음부암, 생식기 사마귀 등 총 4가지 질환을 예방한다.

반면 서바릭스는 자궁경부암 예방에 특화된 백신이다. 가장 흔한 2가지 고위험군 유형(16, 18형)에 작용하지만 항원보강제(AS04)를 사용했기 때문에 백신접종 후 생기는 항체의 기능을 높이고 약효도 더 오래 간다. 이밖에 서바릭스는 HPV 45형이나 31형, 33형 등 다른 12가지 고위험군 유형도 막는다.

● 백신 성인중년여성에게도 효과 있어


가다실은 9∼26세, 서바릭스는 10∼25세의 여성을 대상으로 접종한다. 특히 18∼26세 여성은 HPV 감염이 발생하기 전, 그러니까 성경험이 생기기 전에 접종할 것을 권고한다. 이 때문에 흔히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은 어린 나이에 접종할수록 예방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의사들은 27세 이상의 성인 여성도 전문가와 상의해 접종을 받도록 권한다. 부인종양학회는 서바릭스를 26∼55세 여성도 접종 권고대상으로 포함시켰다. 가다실도 27∼45세의 중년 여성에게 91%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의사의 판단하에 주사를 맞을 수 있다.

가다실과 서바릭스 두 백신 모두 어깨에 근육주사로 맞는다. 접종 시 가벼운 통증이 나타나지만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지는 않는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성관계, 결혼여부, 다른 백신과의 동시 접종 등과 관계없이 현재 병이 없다면 모두 접종이 가능하다. 단 임신부에게는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접종을 권하지 않는다. 만일 1차 또는 2차 접종 후 임신이 확인됐다면 추가 접종은 분만 후로 연기하면 된다. 비용은 많이 싸졌다. 초창기엔 70만 원대였지만 지금은 3회 접종 비용을 모두 합쳐 45만∼55만 원 정도이다.

앞으로의 최대 관심사는 한 번 접종한 이들 백신의 면역효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다. 가다실은 5년간 임상효능 연구를 마쳤다. 서바릭스는 7.3년까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30년 정도는 약효가 지속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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