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장인 인턴수료증 신촌세브란스병원에

  • 입력 2009년 8월 24일 02시 50분


1917~1918년 근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증명서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3층 로비 의학 사료 전시대에는 1900년 이후 의사들이 사용했던 의학기구와 사료가 전시돼 있다. 이곳에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장인이자 이희호 여사의 아버지인 고 이용기 씨의 인턴수료증(사진)이 전시돼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이 인턴수료증에는 세브란스연합병원(현 세브란스병원)에서 1917년 5월 16일부터 1918년 5월 16일까지 근무했다는 내용이 당시 병원장과 내과, 외과, 안과, 소아과 과장 등의 서명과 함께 적혀 있다. 수료증에는 ‘세브란스연합병원’을 ‘세부란시(世富蘭시)연합병원’으로 표기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용기 씨는 1894년 서울에서 태어나 1913년 세브란스연합의학교에 입학해 1917년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세브란스 동은의학박물관 박형우 관장(해부학 교실 교수)은 “이용기 씨가 의학교를 다닐 당시 의학과정은 6년제가 아닌 4년제였다”며 “4년 동안의 임상실습으로는 충분하지 못해 세브란스의학교에서는 1914년부터 인턴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1914년 국내 처음으로 세브란스병원에 인턴제가 도입됐지만 현재 인턴수료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이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에 재직하고 있는 정남식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건강검진을 하다가 수료증에 대해 알게 됐고 이희호 여사에게 기증을 권유했다. 세브란스병원은 2004년에 수료증을 기증받아 전시했다.

이용기 씨는 인턴 근무 후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1년 동안 머물다가 여의치 않자 귀국해 1929년 충남 서산에서 동아의원을 개원했다. 1945년 서울로 올라온 그는 포천도립병원장을 거쳐 둘째 아들인 경호 씨와 함께 송파의원을 개원했으며 1964년 10월 별세했다.

이용기 씨의 증손자인 이상학 씨도 1994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아들, 손자에 이어 4대째 의사 집안을 이루고 있다. 이희호 여사는 이용기 씨의 6남 2녀 중 장녀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