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 ‘영리한 까마귀’는 사실

  • 입력 2009년 8월 8일 02시 59분


英연구팀, 좁은물병 수위 높이려 조약돌 이용 입증

‘이솝우화의 작가는 조류연구가이기도 했다?’

부리가 닿지 않는 물병 안에 있는 물을 마시기 위해 머리를 쓰는 이솝우화 속 까마귀 이야기가 과학적인 사실을 근거로 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솝우화 대부분이 사회 풍자나 교훈을 담기 위해 동물 이야기를 지어낸 작품이지만 ‘영리한 까마귀’ 편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7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케임브리지대의 크리스토퍼 버드 연구팀은 목마른 떼까마귀(rook)가 좁은 물병에 얕게 담긴 물의 수위를 높이기 위해 조약돌을 이용하는 행동을 실제로 입증했다. 연구팀이 까마귀의 일종인 떼까마귀 4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이들은 물에 떠 있는 벌레에 부리가 닿을 때까지 옆에 놓인 돌을 계속 물병에 집어넣었다. 떼까마귀들은 작은 돌보다는 큰 돌을 집어넣어 효과를 높일 줄 알았고 수위를 높이는 데 필요한 돌이 몇 개인지 가늠해 보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또 성급하게 부리를 집어넣는 대신 병 속 물높이가 충분해질 때까지 기다릴 줄도 알았다. 이 연구는 과학전문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현재 박사과정 학생인 버드 씨는 “까마귀들은 매우 지능적이고 유인원(類人猿)과 경쟁할 정도로 머리를 써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뛰어나다”며 “이는 까마귀의 뇌가 영장류와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까마귀들은 먹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야생 생활에서 머리를 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지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우리에 갇혀 있으면 평소에 보지 못하는 능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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