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시도 때도 없이 웅웅~… 이명 오래 끌면 우울증

  • 입력 2009년 6월 17일 03시 00분


《웅∼.

막 골프공을 치려는 순간 갑자기 귀 속에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한의사 A 씨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그 순간 골프 클럽이 손아귀에서 빠져나갔다. 다행히 앞쪽에 사람이 없어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 때 상황을 떠올리면 A 씨는 아직도 식은땀이 흐른다.

귀 안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그 소리도 다양하다. 귀뚜라미가 우는 것 같다가 언제부터 매미 소리로 바뀐다. 시냇물이 흐르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기계가 시끄럽게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이 모든 게 ‘이명(耳鳴)’이다. 》

한방의 천지인 침법, 치료에 큰 도움

의식 집중하는 자율훈련법은 기 안정에 효과

이명은 밖의 사람에게도 들리지만 대부분은 자신만 들을 수 있다. 피로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이명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 때문에 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저 조금 불편한 증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명은 심하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원인 알면 치료 가능

원인은 다양하다. 귀지 같은 아주 가벼운 문제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중이염이나 고막천공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뇌종양 같은 치명적인 질환에 걸려 이명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청각세포가 손상돼 이명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이명을 ‘청각성 이명’이라고 한다. 청각성 이명은 당연히 청력을 떨어뜨린다. 심하면 가까운 곳에서 말을 건네도 알아듣지 못할 수도 있다. 청각세포를 다치게 하는 질병으로는 갑상샘 질환,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질환, 알레르기질환, 면역성질환 등이 있다. 결국 몸이 건강해야 이명도 생기지 않는 셈이다.

첨단 기계문명이 발달하면서 이명 환자가 더 늘었다. 휴대전화나 MP3플레이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기계음을 지속적으로 듣다 보면 이명이 생긴다. 이런 이명을 ‘외상성 이명’이라고 부른다. 외상성 이명 환자 중에는 군인 출신도 많다. 총소리를 자주 듣다 보니 이명이 생긴 것이다.

이명을 진단할 때는 먼저 증상의 지속성과 불쾌감의 정도, 음색과 크기를 알아본다. 이어 청각세포가 손상되는 청각성인지 아닌지를 감별한다. 원인질환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이비인후과에서 진찰이 필요하다. 청력검사, X선 검사, 전정기능 검사, 혈액 및 소변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만약 뇌종양이 의심된다면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도 필요하다.

원인이 규명된 이명은 그 원인을 치료하면 없앨 수 있다. 그러나 원인을 모르면 현대의학에서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다만 심리적인 두려움을 없애고 스트레스를 줄이면 증상이 개선되기도 한다.

○ 한방에서는 침과 자율훈련법으로 치료

한의학에서는 귀를 ‘공한(空閒)’으로 규정한다. ‘공’은 귀의 내부가 비어있어야 한다는 뜻이고 ‘한’은 내부의 신경세포가 고요함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방에서 이명을 치료할 때는 ‘조기치신(調氣治神)’을 원칙으로 한다. 기를 고르게 조화시키고 정신을 안정시킨다는 뜻이다.

이 원칙을 따르는 침 법으로 ‘천지인 침 법’이 있다. 동일한 자리에 침을 서로 다른 깊이로 찌르는 방법이다. 각 침은 깊이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낸다. 한의사들은 서로 다른 깊이의 침이 순차적으로 기를 조절해 인체의 면역력과 자연 치유력을 높인다고 보고 있다.

한방에서는 또 심신을 완화함으로써 이명 증상을 개선하는 ‘자율훈련법’을 치료법으로 제시한다. 우선 의자에 앉는다. 이때 등을 펴고 턱을 약간 당긴다. 이어 깊은 호흡을 한다. 호흡이 끝나면 눈을 살짝 감고 입을 닫는다. 편안한 기분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상태에서 오른손에 신경을 써 오른손의 존재감을 확인한.‘ 이어 왼손, 오른발, 왼발의 순서로 신경을 쓴다. 여기까지가 1차 훈련이다. 2차 훈련도 자세는 똑같다. 다만 이번에는 존재감이 아니라 온기를 느끼는 훈련이다. 이 두 훈련이 끝나면 전신을 쭉 뻗는 스트레칭을 한다. 깊게 호흡을 한 뒤 손발을 2, 3회 구부렸다 편다.

이 자율훈련법의 핵심은 의식을 집중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약간 어둡고 조용한 장소에서 훈련하는 게 좋다. 이 훈련을 하루에 2∼4회씩 3∼5개월간 하면 기의 흐름이 원활해져 이명 증상이 많이 호전된다.

(도움말=김희남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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