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여기저기 푸릇푸릇 ‘거미줄’…혹시 하지정맥류?

  • 입력 2009년 5월 20일 02시 58분


《주부 김모 씨(39·서울 강남구 신사동)는 외출할 때마다 다리 때문에 고민이다. 어떤 옷을 입어야 다리를 가릴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 굵은 다리 때문이 아니다. 다리에 비치는 파란 핏줄 때문에 긴 바지를 입을 수밖에 없다. 김 씨처럼 울퉁불퉁하게 핏줄이 드러난 다리 때문에 여름을 두려워하는 여성이 많다. 하지정맥류는 심장부터 다리까지 이어지는 혈관 내 판막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혈관이 부어 피부 아래로 푸릇푸릇 비추거나 돌출되는 질환이다. 특히 여성에게 많이 생긴다.》

혈액순환 장애 탓… 초기엔 발목 스트레칭-냉찜질-압박 스타킹 도움

혈관 튀어나올 만큼 심해지면 레이저 광선 치료… 통증 적고 회복 빨라

○ 엄마가 하지정맥류라면 딸도 조심해야

하지정맥류는 나이가 들수록 생기기 쉬운 질환이지만 오래 서서 일하는 교사, 비행기 승무원 같은 직업에서는 20∼30대에도 잘 생긴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여성도 마찬가지다. 앉은 자세에서 무릎과 사타구니의 혈관이 구부러지면서 다리 혈액 순환에 장애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는 부계보다 모계 유전 가능성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 어머니가 하지정맥류가 있으면 34%, 아버지가 있으면 24% 정도가 자식에게 유전된다.

또 여성은 임신으로 인해 하지정맥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신 중에 자궁이 커지면 복부 혈관을 눌러 혈액순환에 지장을 준다. 증가된 여성호르몬은 혈관을 느슨하게 만든다. 임신 말기에 증가하는 혈액량으로 인해 혈액 순환이 힘들어져 다리 정맥 혈관이 울퉁불퉁 튀어나오기도 한다. 출산 후 자궁과 호르몬 분비가 정상화되면서 대부분 사라지지만 출산이 거듭되고 나이가 들면서 근육벽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가만히 있을 때 통증 더 심해

하지정맥류가 생기면 다리가 불편하다. 다리가 무겁고, 피로감이 자주 들고, 붓거나 저리고 통증이 온다면 혈관이 튀어나오지 않더라도 하지정맥류를 의심해 봐야 한다.

강남연세흉부외과가 최근 6년간 내원한 교사 4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리의 쥐(20%), 무거움(19%), 피로(17%), 저림(11%) 등으로 다리 고통을 호소했다. 혈관이 튀어나오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증상들이다.

하지정맥류는 활동할 때보다 가만히 있을 때 혈액 순환이 안돼서 더 심해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발이 무거운 느낌이 나고 다리가 쉽게 피곤해지는 증상이지만 계속 놔두면 혈액순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폐물을 함유한 정맥혈이 고인 탓에 다리가 자주 붓고 저리며 화끈거림과 함께 통증이 계속된다. 심지어 아파서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정맥류는 한번 생기면 회복이 힘들고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 다리를 쓸어 올리듯 마사지

혈관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지 않은 초기에는 쉬는 틈틈이 발목을 꺾어 종아리 뒤가 당기도록 발목 스트레칭을 하거나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는 것이 하지정맥류 예방을 위해 효과적인 방법이다.

퇴근 후 뜨거운 수건으로 찜질하거나 찜질방에서 다리를 지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 뜨거운 곳에서 정맥 혈관은 더욱 팽창돼 정맥류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대신 차가운 수건으로 냉찜질을 하거나 샤워 후 차가운 물로 종아리 부분을 뿌려주는 것이 좋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해 주는 다리 마사지도 효과적이다. 다리를 쭉 펴고 앉은 상태에서 양손으로 발목, 무릎, 허벅지 순으로 가볍게 누르면서 쓸어 올리듯 마사지를 해 준다. 잠을 잘 때에도 발아래에 베개나 쿠션을 받쳐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하면 혈액이 다리에 정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일찍 치료할수록 유리하다. 증상이 비교적 가벼울 때는 약물을 주사해서 문제 혈관을 굳게 하는 혈관경화요법을 사용한다. 혈관경화요법은 혈관을 경화시키는 약물을 주사기로 정맥에 직접 주입하는 것으로 입원할 필요 없이 외래에서 간단하게 시술할 수 있다. 정맥류 부위가 크지 않거나 피부 위로 푸르게 비치는 거미줄 모양의 혈관을 치료하는 데 적합하다.

합병증이 우려되거나 약물치료가 소용없을 정도로 증상이 심하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다양한 수술법이 있으나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수술을 많이 사용한다. 부분 마취 후 정맥류의 원인이 되는 혈관에 주사바늘을 꽂아 레이저 광섬유를 집어넣는 것. 레이저 광선이 혈액을 통해 전달하면 혈관이 서서히 응고된다. 손상 부위가 적어 통증이 거의 없고 입원이 필요 없다. 환자는 다음 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빠르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100만∼150만원으로 비싼 편이다.

(도움말=김재영 강남연세흉부외과 원장, 소동문 연세SK병원 정맥류클리닉 원장)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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