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냉증, 혈액순환제 고집하다 병 키울수도

  • 입력 2009년 1월 5일 02시 57분


겨울철에 자주 나타나는 수족냉증은 신경계 질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낮보다 밤에 잘 나타나고 젊은 여성보다 중년 여성에게 많다. 수족냉증과 비슷한 레이노 증후군은 말초혈관의 이상반응으로 인한 일시적 혈액순환장애로 손가락 끝이 창백하게 변했다가 파란색으로 바뀌는 질환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겨울철에 자주 나타나는 수족냉증은 신경계 질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낮보다 밤에 잘 나타나고 젊은 여성보다 중년 여성에게 많다. 수족냉증과 비슷한 레이노 증후군은 말초혈관의 이상반응으로 인한 일시적 혈액순환장애로 손가락 끝이 창백하게 변했다가 파란색으로 바뀌는 질환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매서운 겨울바람에 손발이 유달리 차가워지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어떤 사람은 차가운 정도를 넘어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상습적으로 손과 발이 저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때 우리는 통상 ‘수족냉증’이라고 부른다. 특별히 차가운 것을 만지지도 않았는데 수족냉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손끝이 파란색으로 변해 보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중년을 넘어서면 이런 수족냉증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약회사들은 “중년 이후에는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야 수족냉증을 개선할 수 있다”며 각종 혈액순환제제를 내놓고 있다. 》

○ 섣부른 자가진단은 금물

수족냉증 때문에 병원을 찾는 환자 대부분은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손발이 차다” “저리다” “따끔거린다” “살을 에는 듯한 느낌이다”라며 고통을 호소하면서도 “혈액순환이 안 돼서 그러는 것 같다”며 자가진단을 내린다.

그러나 실제 검사를 해 보면 수족냉증의 원인은 신경계 질환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당뇨병, 내분비질환, 동맹경화증 등 신경계 질환으로 손이나 발끝에 있는 말초혈관까지 혈액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것.

물론 이 또한 혈액순환장애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원인질환을 고치지 않으면 아무리 혈액순환제제를 먹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생체리듬이 떨어지거나 외부환경 변화로 혈액순환에 일시장애가 나타날 때에는 수족냉증이 나타나도 손가락 끝에 통증이 자주 생기는 편이다. 또 팔목 부위의 맥박이 평소보다 약해진다.

반면 신경계 질환으로 인한 수족냉증이라면 보통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서서히 심해지고 손으로 물건을 집거나 잡을 때 통증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또 증상이 낮보다 밤에 자주 나타나고 젊은 여성보다 중년 여성에게 더 많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따라서 수족냉증이 나타난다고 해서 무조건 혈액순환제제부터 먹다 보면 때로는 병을 키울 수도 있다. 자신의 증상을 잘 살펴서 신경계 질환이 의심된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다. 수족냉증은 정확한 원인질환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검사가 필요하다.

김승민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많은 환자가 손목터널증후군처럼 신경계 질환으로 생긴 수족냉증과 손발 저림을 단순한 수족냉증으로 혼동한다”며 “신경계 질환으로 인한 수족냉증은 약물치료나 운동요법을 병행해야 하며 심하면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수족냉증-‘레이노 증후군’은 구별을

수족냉증과 레이노 증후군을 혼동하기 쉽다.

레이노 증후군은 추위에 노출되면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이 창백하게 변했다가 곧 파란색으로 바뀌는 질환이다.

회복 단계에 접어들면 다시 색깔이 붉은색으로 바뀌었다가 원래의 피부색으로 돌아간다. 일반적으로 젊은 연령대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보통 전체 인구의 10%, 여성의 경우 20∼30%의 발병률을 보인다.

이 증후군은 말초혈관의 이상반응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혈액순환장애가 일어나면서 생긴다. 그러나 해당 부위를 따뜻하게 해주면 곧 정상상태로 되돌아간다.

다만 레이노 증후군이 드물게 류머티스 관절염이나 전신이 굳는 경화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아직 이 병이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도 개발되지 않았다. 조기진단을 통해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보통 레이노 증후군으로 진단을 받으면 혈관을 확장시키는 약물을 쓰거나 통증을 줄이기 위해 교감신경을 절단하는 수술을 한다.

대부분 이런 치료가 잘 듣는 편이지만 극히 일부에서는 치료를 끝내도 혈액공급이 잘 안돼 증상이 악화된다.

따라서 손발이 차가워진 기간이 2년을 넘겼고, 그때마다 피부 색깔이 변하면서 통증이 동반됐다면 일단 레이노 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레이노 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찬 곳을 피하고 추위에 노출될 때는 반드시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또 흡연자일수록 레이노 증후군에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금연도 필수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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