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이식’ 의료논쟁 다시 도마에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최근 美서도 수술 성공… “발암 가능성-정서적 혼란” 반대도

최근 미국이 세계 4번째로 안면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국내외에서 안면이식에 대한 의료윤리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병원 마리아 지미오나우 박사팀은 17일 한 여성 환자의 얼굴 80%를 뇌사자의 얼굴조직으로 바꿔놓았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기계 없이는 먹거나 숨을 쉴 수 없었으며, 다른 치료법으로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고 한다.

연구팀은 22시간에 걸쳐 환자 얼굴의 뼈와 근육뿐 아니라 치아와 신경, 혈관까지 이식하는 대수술에 성공했다.

미국 시카고대 임상의료윤리센터 마크 지글러 박사는 “성공률이 확보된 기술과 고도의 숙련이 이뤄 낸 수술 혁신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을 대하기 힘들어 실내에서만 생활하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했다는 점도 안면이식을 찬성하는 주된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환자는 이식 후 면역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 면역억제제를 기피하던 중국의 한 남성 환자는 2년 3개월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으로 암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아서 캐플런 교수는 “수술 후 달라진 얼굴로 인한 정서적 혼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개한테 얼굴을 물려 최초로 안면이식 수술을 받은 프랑스의 이자벨 디누아르 씨는 지난달 수술 3주년을 맞은 인터뷰에서 여전히 원래 얼굴과 기증자 얼굴이 뒤섞인 모습에 혼란스럽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캐플런 교수는 “수술이 실패할 경우 더는 회복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미세조직 이식수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안면이식 수술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견해다.

울산대 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구영모 교수는 “수술 전 환자에게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을 충분히 알린 뒤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앞으로 국내 학계에서도 뇌사자 안면 기증과 환자의 정체성 혼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2005년 최초의 안면이식 수술 이후 곰한테 얼굴을 공격당한 중국 남성(2006년)과 악성 종양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프랑스 남성(2007년)이 수술을 받았다. 얼굴 전면 이식에 성공한 것은 이번 미국 연구팀이 처음이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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