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지킴이 ‘요각류’를 아시나요

  • 입력 2008년 7월 4일 02시 58분


몸길이 1mm… 바닷물 표면에 톡톡 떠다녀

중금속 등 독성시험 측정 기준 생물로 주목

바닷물 표면을 자세히 보면 수많은 먼지 알갱이가 떠다닌다. 그중 톡톡 튀면서 움직이는 알갱이를 본 적이 있는가.

이들의 정체는 ‘요각류다’. 몸길이가 1mm 정도밖에 안 되지만 빠른 것은 하루에 400m나 이동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새우나 가재를 빼닮아 갑각류에 속하는 이 작은 동물이 최근 환경오염을 측정하는 기준 생물로 주목받고 있다.

한양대 화학과 이재성 교수는 실험실에서 티그리오푸스 자포니쿠스라는 요각류를 기른다.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에 사는 종이다.

이 교수팀은 이 요각류에 환경호르몬이나 중금속 같은 오염물질을 넣고 어느 농도에서 얼마나 죽는지, 자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조사한다. 요각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독성시험 가이드라인의 시험종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다.

OECD 국가들은 화학물질을 수출입할 때 시험종을 이용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데이터를 첨부해야 한다. 현재 OECD 시험종은 서양 외래종이 많다. 과학자들은 국내에 사는 생물은 외래종과 다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우리 생물을 OECD 독성시험종으로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다.

이 교수는 “요각류는 크기가 작아 다루기 쉽고 민물과 바닷물에 널리 분포해 독성시험종으로 적합하다”며 “태안에 유출된 기름이 여러 세대에 걸쳐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요각류 연구로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팀은 요각류 유전자(DNA) 칩을 만들어 독성물질이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연구하고 있다. 이 내용은 14∼18일 태국에서 열리는 국제요각류학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민물새우인 새뱅이와 대륙송사리, 곳체다슬기 같은 고유종도 독성시험종으로 연구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류지성 박사팀의 실험 결과 이들 고유종의 반수치사농도는 OECD 시험종의 기준 범위 안에서 외래종보다 낮은 값을 보였다.

반수치사농도는 일정 시간 동안 생물의 50%가 죽는 오염물질의 농도. 낮을수록 민감한 독성시험종으로 사용될 수 있다. 류 박사는 “고유종이 OECD 시험종이 되면 환경독성학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황운기 박사는 “1년에 400여 가지의 독성물질이 새롭게 만들어진다”며 “이들이 복합적으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려면 생물을 이용한 독성시험이 필수”라고 말했다. 오염물질의 개별 농도만을 측정하는 화학적 방법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이다.

황 박사팀이 연구 중인 독성시험종은 성게. 종류에 따라 산란 시기가 달라 연중 언제든지 실험이 가능하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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