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진원장의 성형에세이②] 많고 많은 가슴성형 수술의 사연들

  • 입력 2007년 12월 14일 1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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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에서 성형수술 상담을 하다보면 참 많은 사연을 듣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슴확대 성형을 받기 위해 오는 사람은 제각기 사연 하나씩을 들고 오기 마련이다. 남편이 연하라서 괜히 신경이 쓰이고 불안하다하여 수술을 원하는 경우, 직장에서 유니폼을 입는데 자기만 가슴이 작아서 창피하고 자신이 없다는 사람, 밸리댄스 강사인데 춤의 특성상 가슴라인이 좀 있어야 아름답게 보인다는 이유로 수술을 원하는 사람, 심지어는 사는 게 무료해서 수술을 받아보고 싶다는 경우까지...

하지만 수많은 이유 중 가슴확대 성형은 특히 ‘배우자와의 관계’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상담을 받았던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한다.

◎ CASE 1=30대 후반의 여성 환자가 가슴확대수술 상담을 받으면서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는데 본인이 먼저 그 이유를 들려주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이다. 남편이 밉지만 그것보다 더 속상한 건 자존심이 상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외모가 초라해 보여 앞으로도 남편의 바람기를 잡을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찾다보니 작은 가슴 때문일까 하는 생각까지 들어 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담 내용은 사실 성형외과 의사로서 그리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런 환자분에게는 항상 공통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있다.

“원하시는 수술은 해드릴 수 있고 분명히 그 부분은 좋아지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남편 분과의 관계를 해결하는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원인이 아닌 경우, 부인께서는 수술의 결과와 상관없이 계속 속상하실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런 분들은 수술까지 했는데 남편과의 관계 개선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그 탓을 오히려 수술 탓으로 돌릴 수도 있기에 수술을 하기 전 수술의 목적과 이 후의 결과에 대해 충분한 상담이 더욱 필요하다. 다행히 위와 같은 사연으로 수술 후에도 다시 남편과의 관계를 문제 삼아 찾아온 경우는 없었다. 그렇다고 다시 남편과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소식을 굳이 전해주려 병원을 찾아주시는 분도 없었다.

◎ CASE 2=한번은 가슴이 상당히 큰 미모의 여성분이 오셨는데 의외로 상담내용은 가슴확대수술이었다. 그 환자는 이미 가슴확대수술을 받은 상태로 상당히 글래머러스한 가슴을 갖고 있는 상태였는데 지금보다도 더 큰 가슴을 원한다하여 그 이유가 궁금했다. 어렵게 꺼낸 이유인즉슨 남편이 외국인인데 큰 가슴을 원하여 예전에 생리식염수백으로 가슴확대술을 했지만 그래도 더 큰 가슴을 원하여 결국 또 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것이다. 정작 본인은 하기 싫은데 남편이 하도 요구를 해서 마지못해 왔다는 참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그 외국인 남편은 부인의 동양적인 얼굴은 좋았으나 서양인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동양인의 가슴은 못마땅했던가 보다. 그 당시엔 부인의 작은 체구에 가슴만 너무 커서 체격 조건상 더 이상의 확대는 안 된다며 수술을 만류했지만 마치 남편이 좋아하는 인형을 만들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또 하나의 이유였다.

◎ CASE 3=부부가 같이 내원했는데 부인이 과거에 생리식염수백으로 가슴확대수술을 받고 난 후 감촉도 안 좋고 백이 만져지기도 하여 도저히 부부관계 시 원활하지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수술 후 남편이 부인을 멀리하고 있어 이를 해결하고 싶다는 상담이었다. 그 분들께는 보형물을 코헤시브젤 백으로 교체하는 것을 권해드렸고 수술 후 너무나 자연스럽고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는 촉감에 부부가 모두 만족해했던 기억이 난다.

성형 수술은 대부분 자신감을 찾아주는 수술이다. 또 자신이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을 성형해야 만족도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최근엔 대부분의 여성이 공통적으로 자신없어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가슴인 것 같다. 이들 중에는 특히 가슴 크기가 작아 고민하는 사람이 많은데 막상 그 많은 사연들에 비해 실제로 가슴수술을 받겠다고 용기를 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아마도 ‘가슴수술을 하면 아프다더라’라는 막연한 공포심과 ‘해서 너무 티가 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설사 용기를 내어 수술을 결정했더라도 ‘C컵 정도로 크게는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조심스러운 경우도 많다. 큰 가슴이 부러우면서도 막상 그렇게 큰 가슴을 만들면 창피할 것 같은 생각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가슴수술에 대해서는 주저하는 면이 많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실 기존의 방법은 가슴수술 후 통증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스스로 마사지를 하는 것은 엄두도 안 나고 병원에서 통증을 참아가며 마사지를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요즘은 가슴 수술을 받기에 참 좋은 때다. 코헤시브젤(Cohesive gel)이라는 가슴보형물이 최근에 허가가 되어 기존의 생리식염수백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감촉이 좋고 자연스러운 결과를 볼 수 있게 되었으며 내시경으로 가슴수술을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면서 통증도 거의 없이 수술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특히 성형외과 영역에서 내시경이 도입된 지는 한참 되었지만 정작 그 활용도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내시경을 이용한 가슴성형은 보형물이 들어갈 공간을 박리하고 시술 부위를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어서 정확한 크기를 박리하거나 출혈 부위를 확인하고 지혈하는데 따르는 문제점을 많이 개선시켰다. 위 속을 들여다 볼 때도 배를 절개하지 않고 입을 통해서 내시경으로 보듯이 가슴성형을 할 때도 가슴 부위를 절개할 필요 없이 겨드랑이를 약간만 절개하여 내시경을 삽입, 이를 이용해 수술을 하는 것이다. 내시경을 이용하면 마치 몸 속 안에 들어가서 수술을 하는 것처럼 훤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내시경을 통한 수술은 앞으로도 점점 그 방법과 활용도가 확대되어갈 것이다. 아무쪼록 상담실에서 전해들은 그 많은 사연을 기억하며 더 좋아진 장비와 성형 기술로, 더 자연스럽게 더 편안하게 더 아름답게 수술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다. 성형외과 의사로서의 보람과 행복은 그런 것들에게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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