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12m서 2300년전 도시 여행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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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알렉산드리아 수중박물관은…
설계자 佛루즈리 씨 내한

《기원전 332년. 홍해와 맞닿은 지중해 동남쪽에 건설된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는 그 어느 때보다 한가로웠다. 돛대 높이만 몇 십 m나 되는 큰 배들이 여기저기 오가고, 도심 곳곳은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온 상인들로 북적였다. 엄청난 규모의 도서관이 들어서고, 높이 100m가 훌쩍 넘는 등대가 바다 상인들을 이끌었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 일어난 지진은 웅장한 도시를 송두리째 바다 속에 가라앉혀 버렸다. 2005년 이집트 정부와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는 바다 아래 가라앉은 옛 알렉산드리아 유적 위에 세계 최초의 수중박물관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수중유물박물관 설계를 맡은 프랑스의 해양건축가 자크 루즈리(62) 씨가 한국해양연구원 바다목장연구센터의 초청으로 19일 한국에 왔다.》

○ 고대 이집트 돛단배 모양 본떠…2012년 완공

2012년 문을 여는 알렉산드리아 수중유물박물관은 말 그대로 수면 아래 12m 바닥에 짓는 물속 전시관이다. 땅과 연결된 통로를 통해 물 아래 설치된 유리 터널로 내려가 물속에 남아 있는 400∼500점의 유물과 해저 유적을 둘러보는 구조다.

이 수중유물박물관은 4척의 거대한 돛단배를 닮았다. 8000m² 규모의 원형 중앙 전시실 주위로 관객들이 바다를 볼 수 있도록 발코니가 들어선다. 그리고 그 주위를 거대한 4개의 날개 모양 상징물이 둘러싼 모습이다. 날개는 고대 이집트에서 나일강 일대의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펠루카의 돛 모양을 본떴다.

루즈리 씨는 “몇 천 년 전부터 이집트인들이 타고 다닌 배의 모습을 통해 2300년 전 알렉산드리아에 온 듯한 느낌을 받는 효과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중앙 전시실 지붕은 빛이 닿을 때마다 형형색색으로 빛나도록 첨단 아크릴 소재로 만든다.

투명한 지붕은 바다 밑바닥까지 빛을 그대로 전달하기 때문에 장식과 조명,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줄 수 있다. 그 덕분에 관람객은 발굴 전문가가 바다 아래 흙에서 막 찾아낸 듯한 느낌으로 유물을 둘러볼 수 있다.

○ 지상에서 만들어 파도 견디며 물속 조립

실제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속 12m 아래에 초대형 구조물을 짓는 일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완공까지 4∼5년의 작업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구조물을 지상에서 미리 만들어 물속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 지역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지진도 고려 대상이다.

자크 루즈리 건축사무소의 아리엘 훅스 박사는 “해양건축 기술은 조류의 영향, 바다 속 지형과 지질, 기상 여건, 수심 등 고려할 부분이 많다”며 “알렉산드리아의 경우 지진으로 무너진 불안정한 해저 지형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오랫동안 수중 환경에 맞는 건축기술을 개발해 왔다. 2003년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수행한 해저 생체실험이 그 전형적인 예다. 해저 35m의 거주시설에서 우주비행사들과 몇 십 일간 함께 생활하며 극한 환경에서 일어나는 신체 변화를 연구했다.

깊은 수심에 적응한 물고기나 해파리 모양을 본뜬 수중 구조물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2005년부터는 자연 해류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수직형 특수 선박 ‘시오비터’를 타고 세계 바다를 떠돌며 각종 자연과학, 공학 연구를 수행하는 국제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자크 루즈리 씨는:

‘바다에 살기’를 주제로 해양과학과 예술, 교육을 결합한 독특한 건축 세계를 구축했다. 1969년 파리고등미술학교를 나온 그는 전문미술학교와 제8대학, 국립해양연구소를 거치면서 해양건축에 필요한 전 과정을 마쳤다. 1977년 6인승 해중 탐사선 ‘갈라테’를 시작으로 교육과 놀이, 거주가 가능한 구조물을 꾸준히 실험했다. 프랑스 불로뉴와 브레스트에 각각 설립된 교육형 해양수족관 노지카와 오세아노폴리스가 대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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