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뇌심부자극술’이용 파킨슨병 수술현장 가 보니…

  • 입력 2007년 3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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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오른쪽)가 5개의 미세전극장치를 이용해 파킨슨병 환자의 뇌수술을 집도하는 모습을 기자(왼쪽)가 지켜보고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오른쪽)가 5개의 미세전극장치를 이용해 파킨슨병 환자의 뇌수술을 집도하는 모습을 기자(왼쪽)가 지켜보고 있다.
《드라마 ‘하얀거탑’과 ‘외과의사 봉달희’ 덕분에 외과의사가 각광을 받고 있다. 사람들은 드라마에 수시로 등장하는 수술 장면을 보면서 ‘실제도 저럴까’라는 의문을 품기도 한다. 서울대병원 파킨슨센터는 파킨슨병 수술의 대가인 프랑스 그레노블대 알랭 루이스 베나비드 박사를 초빙해 수술을 지켜볼 수 있는 ‘오픈 수술실’ 행사를 마련했다. 수술 현장을 직접 지켜봤다.》

9일 오전 10시 서울대병원 본관 2층 수술실 입구에 들어서니 소독약 냄새가 코를 확 찔렀다. 드라마에서처럼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파란색 가운으로 갈아입고 마스크와 모자를 써야 했다. 의료진이라면 소독을 했겠지만 기자는 수술복만 입었다. 직접 환자를 다룰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술방 C2호실 앞에 섰다. 서울대병원에는 수술방이 모두 35개 있다. 뇌, 유방, 간 등 신체 부위별로 수술 장비가 달라 전공 진료과목별로 수술방이 정해져 있다.

문을 열자 머리에 구멍을 뚫고 누워 있는 환자가 눈에 들어왔다. 67세의 파킨슨병 환자로 8년 전 처음 발병했다. 약만 먹었으나 증상이 심해져 마침내 수술을 받기로 했다.

파킨슨병은 팔, 다리, 전신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떨리고 뻣뻣해지며 동작이 느려지는 병이다. 또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말도 어눌해지게 만든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쐈던’ 미국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와 중국 개혁 개방의 아버지 덩샤오핑(鄧小平)이 걸려서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졌다.

뇌의 한가운데 ‘흑질’이라는 곳의 신경세포가 무슨 이유에선가 파괴되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줄어들어 생기는 병이다. 신경세포가 망가지는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아 근원적인 치료 방법은 없다.

환자의 머리에 뚫린 구멍을 통해 하얀 두개골이 보였다. 두개골에 전기자극을 주기 위한 조치였다. 의료진이 머리에 전극을 달고 이를 환자의 몸과 모니터로 연결했다.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신경부위를 아예 파괴해 이상운동을 차단했지만 그 경우 뇌 조직이 손상되는 단점이 있다. 요즘은 미세한 전기자극을 줘서 신경세포의 파괴 없이 기능 이상을 유발하는 비정상적인 뇌 신호만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의료진은 적당한 전기자극 수준을 알아내기 위해 전류의 강도를 올렸다 내렸다 했다.

“손발이 떨려요.”

수술을 집도하는 신경외과 백선하 교수가 베나비드 교수에게 설명하는 목소리만 간간이 들리던 수술실에서 환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환자는 뇌 부위에만 부분 마취를 한 상태였다.

“전기자극 때문에 그래요. 지금은 가만히 있으면 됩니다. 수술실을 나갈 땐 편안해지실 겁니다.”(백 교수)

파킨슨병 수술은 부분 마취로 이뤄진다. 환자가 어느 정도의 전기 자극에 반응하는지를 알 수 있고, 이상 신호를 차단할 수 있는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서다.

통상 1개의 미세전극장치를 환자의 뇌에 넣었다 뺐다 하며 적절한 수술 부위를 찾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5개의 미세전극장치를 동시에 넣는 기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이 수술법의 도입으로 수술시간이 3시간이나 줄었다. 오전 11시. 수술방에 들어온 지 1시간이 채 안 됐지만 외과의사라는 직업을 왜 ‘3D 직종’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다. 오전 8시부터 서 있던 한 전공의는 다리가 아픈지 슬리퍼를 벗고 맨발로 바닥에 서 있었다.

국내에는 약 15만 명의 파킨슨병 환자가 있다. 이들은 약을 먹거나 수술을 받는다.

약은 줄어든 도파민을 보충해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파킨슨병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나빠지는 병이라 먹어야 하는 약의 용량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증상이 심한 경우 수술을 한다. 최근에는 활발한 사회생활을 바라는 사람이 많아 증상이 약하더라도 수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오후 3시 50분경 수술이 끝났다. 의료진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과 컴퓨터단층촬영(CT)을 동시에 한 뒤 사진을 합성해 정확한 부위에 전극이 삽입됐는지 확인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이제 이 환자는 쇄골 부위에 삽입된 자극발생기(배터리)가 뇌의 전극을 자극해 뇌에 전기자극을 내보냄으로써 큰 이상 없이 일상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3∼5년에 한 번씩 배터리가 닳으면 갈아 주는 수술을 해야 하지만….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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