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병호]건강보험, 중환자 지원 늘려야

  • 입력 2007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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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은 언제 생길지 모를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 대비하는 제도이다. 국민은 매달 소득의 일부를 보험료로 납부한다.

보험료는 어디에 쓰이는가. 감기처럼 의료시설 이용 빈도가 잦은 가벼운 증상에 보험료 수입의 상당 부분이 지출된다. 건강보험은 중증 질환으로 많은 비용이 들 때 절실히 필요하다. 건강보험 제도에 대해 국민이 갖는 기대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보도에 따르면 2005년 감기 환자에게 사용된 진료비는 1조2000억 원으로 암 환자에게 사용된 진료비 1조3000억 원과 비슷하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동네 의원을 방문한 감기 환자의 95%는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에 해당되는데,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3000원을 낸다. 감기 환자의 대부분이 본인부담액 감면 혜택을 받는 셈이다.

암 등 중증 질환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이 일부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환자와 가족의 경제적 부담은 여전히 크다. 그런데도 소액 부담만으로 치료가 가능한 경증 질환에 건강보험 재정이 많이 사용되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보장 우선순위가 균형을 잃었음을 의미한다. 건강보험 본연의 기능은 가장 피하고 싶은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고 보장하는 데 있다. 가장 필요할 때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건강보험은 ‘진료비 할인제도’에 불과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증 환자에 대한 과도한 보호는 환자의 불필요한 외래 이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에게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비용 의식이 해이해져 건강보험 재정을 불필요하게 낭비한다. 우리나라의 외래 이용 횟수는 연간 10.6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인 7.5회보다 3회 가까이 많다.

최근 정부는 경증 질환의 본인부담률 상향 조정으로 과다한 의료서비스 이용을 막아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절감분을 중증 질환 환자에게 지원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과거에도 몇 번 시도됐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관철하기를 바란다.

그동안 건강보험과 관련된 논쟁은 보험료의 형평성 논쟁, 의료수가 인상률, 보장성 지수의 제고에 집중됐다. 보험료를 어디에 어떻게 지출해야 가장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쓰임이 될지에 대해서는 소홀했다.

정책 당국은 제도 개선을 통해 건강보험의 경제성에 중점을 두어 한정된 재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갑작스러운 중증 질환으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함께 경제적 위기에 빠질 환자와 가족을 보호해야 건강보험이 진정한 의료안전망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검토안을 ‘건강보험 재정을 메우기 위한 궁여지책’ 혹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고 비판한다. 한정된 국가 재정에서 건강보험에만 집중적으로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건강보험 예산이 한정돼 있다면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환자를 우선 지원하는 게 상식이 아닐까.

최병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경영혁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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