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NA가 후손의 DNA 변화에 깊이 관여
첫째 그룹은 두 개의 돌연변이 DNA를 가졌는데 태어나자마자 죽었다. 정상 DNA 하나와 돌연변이 DNA 하나를 가진 둘째 그룹 새끼들은 꼬리에 흰 털이 있었다.
문제는 두 개의 정상 DNA를 갖고 태어난 셋째 그룹. 희한하게도 27마리 중 24마리의 꼬리에 흰 털이 난 것이다(사진). 돌연변이 DNA가 없는데도 말이다.
연구팀은 돌연변이 아빠 생쥐의 정자에 RNA라는 물질이 다량 축적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RNA는 생명현상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에 DNA의 유전정보를 단순히 ‘전달’해 주는 매개체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을 이끈 미누 라술자데강 박사는 “돌연변이 아빠 정자에 있던 RNA가 난자와 만나 수정란을 만들 때 정상 DNA의 활동을 억제하고 돌연변이 특징(꼬리의 흰 털)이 나타나게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은 실제로 돌연변이 아빠 정자에서 RNA를 추출해 정상 DNA를 가진 생쥐 수정란에 주입해 봤다. 수정란의 약 50%가 역시 꼬리에 흰 털이 있는 생쥐로 자랐다.
결국 RNA가 DNA와 상관없이 돌연변이 특징을 자손에까지 전달한 셈.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의사(擬似) 돌연변이’라고 부른다. 의사 돌연변이가 동물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연구를 확대 해석하면 ‘유전자=DNA’라는 공식은 일반 동물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유전자의 실체를 파악하려면 DNA뿐 아니라 RNA도 파고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5월 25일자에 실렸다.
지난해 ‘네이처’ 3월 24일자에는 애기장대라는 식물에서 부모의 RNA에 의해 자손의 DNA 일부가 변해 겉모습이 달라졌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는 “인간에서 RNA 때문에 돌연변이가 나타나는 것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잡종 줄무늬 나비, 부모와 DNA 달라
상식적으로라면 부모를 닮아 두 줄무늬 중 하나만 갖고 있을 터. 게다가 다른 종끼리 교배해 태어난 자손은 일찍 죽거나 불임이 되거나 또는 유전자 수가 비정상인 경우가 많지만 이 잡종은 정상이었다.
연구팀은 잡종 나비의 DNA를 조사했다. 부모와 전혀 달랐다. 새로운 종이라는 얘기다.
잡종이 자연계에서 ‘신(新)종’으로 살아남으려면 부모와 같은 종이 아닌 자신과 같은 종끼리 교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래 종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잡종 나비 암컷의 두 줄무늬 중 하나를 가려 봤다. 그 결과 잡종 수컷은 ‘자신과 다른’ 그 암컷과 교미하지 않았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 6월 15일자에 실렸다.
마바레스 교수는 “서로 다른 두 종이 교미해 새로운 종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라며 “이것이 진화를 이끄는 원동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신종 나비는 실제로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 살고 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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