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術이냐 疑術이냐…대체의학 열풍

  • 입력 2005년 10월 2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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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살이 운동에서 오줌요법까지.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 속에서도 정통의학의 틈새를 파고든 대체의학의 시장 규모가 10조 원에 이를 정도로 열풍이 불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몸살림운동 수련장에서 사범인 김철 씨(왼쪽)가 고관절을 바로잡기 위해 수련자의 엉덩이를 발로 차고 있다. 원대연 기자
참살이 운동에서 오줌요법까지. 효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비판 속에서도 정통의학의 틈새를 파고든 대체의학의 시장 규모가 10조 원에 이를 정도로 열풍이 불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몸살림운동 수련장에서 사범인 김철 씨(왼쪽)가 고관절을 바로잡기 위해 수련자의 엉덩이를 발로 차고 있다. 원대연 기자
“으악.”

18일 오후 6시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몸살림운동’ 수련장. 20여 명의 수련생이 ‘신체 교정’을 받고 있었다. 사범은 누워 있는 ‘환자’의 엉덩이를 힘껏 걷어차고 등과 목을 쿡쿡 찔렀다. 그때마다 수련생의 입에서는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몸살림운동은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던 민간요법을 4년 전 ‘활선(活禪)’이란 이름으로 체계화한 것. 모든 병은 잘못된 자세, 특히 엉덩이관절(고관절)의 틀어짐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자세를 고쳐야 병을 고친다는 일종의 대체의학이다. 지금까지 5000여 명이 수련을 받았고 수련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게 운동본부의 설명.

이 운동을 체계화한 김철 씨는 “비틀어진 자세를 되돌려놓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지 병을 고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엉덩이 차기도 틀어진 엉덩이관절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란다.


인천에 사는 40대의 박모 씨는 병원보다 대체의학을 선호한다. 2년마다 한 번씩 15일간 매일 쑥뜸을 뜬다. 고통스럽지만 꾹 참는다. 15일간은 술도 안 마시고 부부관계도 갖지 않는다. 그러면 피로도 사라지고 아침에 일어날 때도 개운한 느낌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몇 년 전 잠을 자다 갑자기 호흡곤란과 반신마비 때문에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의사는 병명을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곳에서 봉침(蜂針·벌침)을 맞았는데 ‘신통하게도’ 증상이 말끔히 사라졌다는 것.

그는 기력이 떨어지면 산삼농축액 주사도 가끔 맞는다. 박 씨는 “주사를 맞고 실신하는 사람도 있는데 깨어난 뒤에는 백지장 같던 얼굴에 혈색이 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생명공학부 응용미생물연구실 강국희(姜國熙) 교수는 7년째 아침마다 자신의 오줌을 먹고 있다. ‘요료법(廖療法)’이란 대체의학이다.

강 교수는 “오줌은 양수, 모유와 더불어 3대 생명수”라며 “오줌이 더럽다는 생각은 잘못된 교육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줌을 마시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병을 고친다는 논문이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쏟아지고 있고 국내 요료법 인구가 200만 명에 이른다는 주장이다. 그는 내년에 세계요료법학회를 국내에 유치할 계획이다.

대체의학 열풍이 불고 있다. 요가 명상 등 이른바 ‘참살이(웰빙) 운동’이나 기체조 경락마사지도 대체의학의 한 종류다. 대체의학은 미국 유럽에서는 정통 현대의학에서 다루지 않는 모든 분야를 뜻하지만 국내에서는 현대의학 한의학 이외의 영역을 말한다. 민간요법도 포함된다.

현재 정통의학에서 비만 치료에 쓰이는 메조세러피, 주름 제거에 쓰이는 보톡스, 통증 치료에 쓰이는 ‘근육 내 자극치료(IMS)’ 역시 처음에는 대체의학으로 시작됐다. 대체의학도 나중에 ‘근거’와 ‘인과관계’가 밝혀지면 정식 의학 분야로 흡수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대체의학으로 불리는 치료법은 70여 종. 자연의학, 민간의학, 전통의학 등으로 불리는 것까지 합치면 수백 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대체의학 시장규모를 연간 10조 원 이상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대체의학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과학적 근거가 없어 치료 효과는 주로 환자의 입소문으로 떠돌고, 그런 만큼 효능 효과가 과장되기 쉽다.

치료사들은 ‘세계 유일의 치료법’ ‘암을 완치했다’는 식으로 선전하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환자나 그 가족에게 터무니없는 치료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부작용에 대한 검증이 없는 점도 우려스럽다. 어떤 방식으로 병을 고쳤다 해도 그것이 과연 대체요법 때문인지, 일시적 호전인지, 장기적인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없다는 것.

대한보완대체의학회 이성재(李星宰) 이사장은 “외국에선 연구 결과가 축적돼 어느 정도 검증됐다는 판단이 들기 전에는 섣불리 환자 치료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천중문의대 전세일(全世一) 대체의학대학원장도 “대체의학은 만병을 고치는 슈퍼의학이 아니다”며 “맹신하면 정통 현대의학 치료를 불신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원장은 “대체의학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검증되지 않았다고 무조건 배제할 필요는 없다”며 “그 대신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해 부작용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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