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당신을 노린다]<上>지방간도 질환이다

  • 입력 2005년 9월 12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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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간과 간암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고 있다. 지방간은 지방성 간염뿐만 아니라 간경화와 간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지방간과 간암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고 있다. 지방간은 지방성 간염뿐만 아니라 간경화와 간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 사진 제공 서울아산병원
주부 김모(40·서울 송파구 방이동) 씨는 3년 전 건강검진센터에서 초음파검사를 받을 때 지방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가 최근 소화도 안 되고 피곤해 인근 병원을 찾아 혈액검사, 초음파 검사 등을 한 결과 ‘지방성 간염’으로 진단받았다.

비만한 편도 아니고 B형 간염, C형 간염을 앓은 적도 없다. 게다가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단, 채식보다는 고기나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김 씨는 지방간을 방치하고 생활습관을 그대로 유지하다가 병을 키운 것.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숙향 교수는 “지방성 간염은 간세포에 있는 지방이 산화작용을 일으키면서 독성물질을 만들어 간세포에 염증을 일으켜서 발생된 것”이라며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 간경변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별다른 증세없어 방치하기 쉬워

지방간은 간세포에 기름이 낀 것을 말한다. 의학적으로는 100개의 간세포 중 5개에 지방이 가득 들어간 상태를 말한다. 지방간은 별다른 증세를 느끼지 못해 방치하기 쉽다. 가끔 간이 있는 오른쪽 상복부가 뻐근하거나 피로감이 심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연히 해 본 간 검사에서 간수치(ALT, AST)가 상승됐다고 해서 알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지방간은 흔히 술때문에 간에 기름이 낀 것으로 남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엔 생활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영양과잉으로 인한 대사성 질환이 늘어나 지방간도 증가하는 추세다.

○ 여성 24%-비만 청소년 76% 지방간

강북삼성병원이 종합건강진단을 받은 20세 이상 성인의 지방간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1993년 1만7060명 중 12.2%에 그쳤던 지방간 보유자가 2003년엔 전체 6만92명 중 25.4%로 10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났다.

최근엔 여성과 청소년의 지방간도 심각하다.

서울아산병원이 지난해 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여성 1만2522명을 조사한 결과 23.7%가 지방간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연령별 분포는 10∼20대 4.4%, 30대 10.9%, 40대 17.9%, 50대 33%, 60대 46%로 50, 6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유선미 교수팀이 전국 14개 중학교 학생 3615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비만 유병률과 합병증을 조사한 자료에서도 비만으로 진단된 587명 중 76.5%(449명)가 간 기능 이상이었다.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종영 교수는 “여성과 청소년의 지방간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특징”이라며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끊으면 좋아지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잘못하면 간경변 된다

지방간 환자 4명 중 한 명은 치료를 하지 않으면 간염 간경변 간암 등 심각한 간 질환으로 진행한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지방간 환자 중 30%는 지방성 간염으로 진행되고 이 가운데 8∼20%는 간경변으로까지 악화된다. 드물게 간암으로 가기도 한다.

특히 비만과 당뇨를 함께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방간이 지방성 간염이나 간경변, 간암 등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이영상 교수는 “지방간이 발생하는 일차적 이유는 적게 소모하고 많이 섭취하는 생활습관에 기인한다”며 “비만 당뇨 등이 있는 사람은 먼저 당뇨와 체중을 조절해야만 지방간이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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