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바이러스 확산 누리꾼 뭉쳐서 막았다

  • 입력 2005년 2월 4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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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컴퓨터 바이러스 ‘브로피아웜’이 온라인에서 퍼지기 시작하자 전문가들은 사상 최대의 피해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브로피아웜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MSN 메신저’의 사용 인구가 국내에서만도 700만 명이 넘어 전체 인구 대비 가입자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 문자를 이용해 실시간 대화를 주고받는 메신저 프로그램의 특성상 확산 속도가 e메일보다 훨씬 빠를 것으로 우려했던 것.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보니 피해는 생각보다 훨씬 적었다. 그 배경에는 누리꾼(네티즌)들의 배려가 있었다.

3일 오전 8시 50분. 김정호 씨(31·회사원)가 컴퓨터를 켠 후 메신저 프로그램에 접속하자 친구와 회사 동료들에게서 ‘△△님이 ○○님에게 파일을 보내려고 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날아왔다.

이상하다고 여긴 김 씨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뒤졌다. 짐작대로 이 메시지는 바이러스였다. 한번 감염되면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회사 전산망에도 지장을 줄 수 있었다. 김 씨는 즉시 자신의 대화명을 ‘MSN 바이러스 조심하세요’로 바꿨다.

한유경 씨(27·여·회사원)도 비슷하게 행동했다. 그는 오전 9시에 이상한 파일을 받은 뒤 11시까지 메신저에 등록된 대화 상대 50여 명에게 “파일을 내려받지 말라”고 경고했다.

다른 누리꾼들도 다양한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메신저를 끄라”, “파일을 내려받지 말라”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삽시간에 인터넷으로 퍼져 나갔다.

이날 오전 11시 15분까지 정보보안업체인 안철수연구소에 접수된 바이러스 신고는 211건.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신고 건수는 빠르게 줄어들어 오후 2시까지 추가로 접수된 신고는 7건에 그쳤다.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되던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2시간 동안 누리꾼들이 서로에게 보낸 경고 메시지가 확산을 막은 것이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최경란 MSN사업부 차장은 “누리꾼들의 배려 덕분에 사태가 빨리 진정된 것을 보고 해외 지사에서도 놀라움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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