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대에서 ‘생물시대의 조직물리학’이란 주제로 특강을 한 로버트 로플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사진)은 “자연이 스스로를 조직화하는 법칙 중 하나를 발견한 것은 나의 가장 큰 축복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분수양자홀 효과’를 설명한 공로로 199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으며 7월 14일 외국인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KAIST 총장에 임명됐다.
그는 “여러 사람이 모여 뭔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원자와 분자 역시 스스로 조직화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자연 역시 조직화를 통해 비로소 완벽한 것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즉 점묘법으로 그려진 그림을 멀리서 보면 아름답지만 점 하나만 떼어놓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원자나 분자 하나를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법칙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
로플린 총장은 “‘정확한 지식’이라는 것은 자연이 원칙에 따라 스스로를 구성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자연은 이처럼 스스로를 조직화하는 방식으로 가득 차 있으므로 아직 발견할 것들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생명과학의 시대라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생명이 어떻게 구성됐는지에 대한 탐구보다 산업에 맞춰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연구를 필요로 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날 강의는 서울대가 사회와 시대의 흐름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올해 2학기부터 개설한 ‘관악초청강좌’의 하나로 이뤄졌으며 강의에 참석한 200여명의 학생들은 30여분간 열띤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도 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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