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참수 비디오' 미스테리 확산

  • 입력 2004년 5월 14일 15시 56분


코멘트
미국인 니컬러스 버그가 이라크 무장세력에 의해 참수된 사건을 둘러싸고 입방아 찧기를 좋아하는 세계의 네티즌들 사이에서 각종 '미스테리'가 꼬리를 물고 번져가고 있다.

우선 비디오를 공개한 시기. 버그의 처형을 집행한 알 안사르란 무장단체나 주범으로 알려진 테러리스트 아부 무사브 알 자카위가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 파문으로 코너에 몰린 미국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구해주는 바보 같은 일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

네티즌들은 비디오가 언론에 알려지게 된 배경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비디오의 출처로 알려진 www.al-ansar.biz란 사이트는 로이터통신 두바이 특파원에 의해 처음 밝혀졌는데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알 자지라TV 등 아랍 언론들이 이 사이트에 접속해 90분 동안 뒤졌지만 비디오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CNN과 BBC, 폭스뉴스 등 서방 언론은 불과 한 시간도 안돼 비디오를 다운로드 받아 '참수 비디오'에 대한 스토리 보도까지 끝냈다.

성명서를 낭독한 뒤 버그를 직접 참수한 복면 괴한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을 보낸다.

그의 악센트가 요르단이나 이라크 사람의 악센트가 아니라 이집트나 이란인의 악센트란 것이다. 또 백번 양보해서 이 괴한이 자카위라고 한다면 이미 얼굴이 널리 알려진 그가 왜 굳이 가릴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비디오 참수 장면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궁금증이 제기됐으며 이를 반박하는 반론도 오갔다.

복면 괴한이 칼로 약 15초 동안 목을 자를 때 비명소리만 들릴 뿐 몸부림이 거의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양손과 양발을 묶여 있고 두 명이 발과 허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꼼짝달싹하지 못한 것이란 반론도 있지만 본능적인 저항의 몸부림 치곤 별로 크지 않다.

또 목의 동맥을 자를 때 분수처럼 많은 피가 솟는데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으며 잘라낸 목을 들고 있을 때 10초가 넘도록 단 한 방울의 피도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지적됐다. 이미 버그를 죽인 다음 나중에 목을 잘랐기 때문이란 반박이 맞섰다.

비디오를 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한 관계자는 "화면이 선명하지 않아 뭐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단단한 뼈가 있는 목을 전기톱도 아니고 칼로 자르는데 40초 밖에 안 걸리는 것은 너무 짧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목을 자르는 상황치곤 피의 양이 적고 잘라진 목에서 한 방울도 안 떨어지는 것은 이상하다"면서 "뭔가 생략된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