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비디오를 공개한 시기. 버그의 처형을 집행한 알 안사르란 무장단체나 주범으로 알려진 테러리스트 아부 무사브 알 자카위가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 파문으로 코너에 몰린 미국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구해주는 바보 같은 일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
네티즌들은 비디오가 언론에 알려지게 된 배경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비디오의 출처로 알려진 www.al-ansar.biz란 사이트는 로이터통신 두바이 특파원에 의해 처음 밝혀졌는데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알 자지라TV 등 아랍 언론들이 이 사이트에 접속해 90분 동안 뒤졌지만 비디오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CNN과 BBC, 폭스뉴스 등 서방 언론은 불과 한 시간도 안돼 비디오를 다운로드 받아 '참수 비디오'에 대한 스토리 보도까지 끝냈다.
성명서를 낭독한 뒤 버그를 직접 참수한 복면 괴한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을 보낸다.
그의 악센트가 요르단이나 이라크 사람의 악센트가 아니라 이집트나 이란인의 악센트란 것이다. 또 백번 양보해서 이 괴한이 자카위라고 한다면 이미 얼굴이 널리 알려진 그가 왜 굳이 가릴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비디오 참수 장면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궁금증이 제기됐으며 이를 반박하는 반론도 오갔다.
복면 괴한이 칼로 약 15초 동안 목을 자를 때 비명소리만 들릴 뿐 몸부림이 거의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양손과 양발을 묶여 있고 두 명이 발과 허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꼼짝달싹하지 못한 것이란 반론도 있지만 본능적인 저항의 몸부림 치곤 별로 크지 않다.
또 목의 동맥을 자를 때 분수처럼 많은 피가 솟는데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으며 잘라낸 목을 들고 있을 때 10초가 넘도록 단 한 방울의 피도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지적됐다. 이미 버그를 죽인 다음 나중에 목을 잘랐기 때문이란 반박이 맞섰다.
비디오를 본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한 관계자는 "화면이 선명하지 않아 뭐라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단단한 뼈가 있는 목을 전기톱도 아니고 칼로 자르는데 40초 밖에 안 걸리는 것은 너무 짧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목을 자르는 상황치곤 피의 양이 적고 잘라진 목에서 한 방울도 안 떨어지는 것은 이상하다"면서 "뭔가 생략된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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