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비만을 극복하자]<3>비만치료, 부모가 먼저 하라

  • 입력 2004년 3월 28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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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는 다 먹는데 왜 나는 먹으면 안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인 세준이가 집 근처 소아비만클리닉에 와서 투덜댄다. 세준이 엄마는 세준이가 많이 먹고 게을러 그런 것 같다며 세준이의 생활습관을 탓했다.

그러나 담당의사와 면담결과 세준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세준이 가족 모두가 전혀 운동을 하지 않고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다. 또 저녁 땐 수시로 간식을 먹으며 비디오나 텔레비전을 보는 등 잘못된 생활습관에 익숙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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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뚱뚱하면 왕따
- <2>비만 진단과 치료의 현실

▽비만, 부모가 나서라=부모가 비만일 때 자녀가 비만일 확률은 80%, 한쪽 부모가 비만일 때 40%, 부모 모두 비만하지 않으면 10%다.

아이는 부모의 생활습관을 그대로 좇아가므로 부모가 뚱뚱하면 아이도 살이 찌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의 비만을 치료하려면 부모의 생활습관이 함께 변해야 된다. 또 부모 자신이 지킬 수 없는 것을 아이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부모가 아이에게 야단을 칠 때도 “뚱뚱한 것이”, “돼지 같이”, 아니면 좋은 뜻으로 “꽃 돼지” 등으로 부르는 것은 피해야 된다. 아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체중이나 체형으로 평가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아이의 식습관을 바꾸자=아이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무리한 식사요법은 피하도록 한다. 또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되 끼니는 거르지 않도록 한다. 끼니를 거르면 하루 동안 필요한 영양소를 채울 수 없고 공복 후 폭식을 막을 수 없다.

부모는 아이가 식사를 마친 뒤 배가 부른 정도를 물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배고픈지, 적당히 배부른지, 많이 부른지를 물어보고 적당히 배부른 식사량에 맞추도록 한다. 또 다른 가족도 식사습관을 변화시켜 아이가 자기 혼자만 식사조절을 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한다.

▽신체 활동량을 늘리자=대개 살찐 아이는 운동을 꺼린다. 이는 운동 자체를 싫어하기보다 체력이 달려서 남들만큼 잘 할 수 없다는 열등감이 큰 때문이다. 처음부터 무리한 운동보다는 운동량이 적고 흥미위주의 운동을 선택하도록 한다. 스트레칭 조깅 자전거타기 계단오르내리기 줄넘기 등의 운동을 1주일에 3∼5회 부모와 같이 하도록 한다.

TV 시청과 컴퓨터 게임에 친숙한 어린이일수록 비만의 정도가 심하다. 따라서 하루 1∼2시간으로 TV 시청이나 컴퓨터 사용을 제한한다. TV를 볼 때 큰 볼이나 세라밴드 등을 이용해 계속 몸을 움직이도록 한다. 집안에서 실내자전거를 타면서 TV 시청을 시키는 것도 한 방법.

한편 식사일기와 운동일기를 통해 아이의 잘못된 생활습관을 교정시킨다. 식사일기는 아이가 먹은 음식의 종류, 양, 장소, 시간, 배고픈 정도 등을 적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나쁜 식사습관을 초래하는 원인을 부모가 파악할 수 있다. 계단 오르기 10분, 걸어서 등교 20분 등의 운동일기를 함께 쓴다.

체중을 변화시키는 데 효과적인 것은 꾸지람이 아니라 칭찬과 상이다. 칭찬 횟수에 따라 스티커를 붙여줘 성취동기를 일으킨다.상으로는 자전거나 축구공 등의 운동기구나 아이가 평상시에 원하던 것을 해주는 것이 좋다. (도움말=한림대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 나눔비만식사장애클리닉 허시영 원장) <끝>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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