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거실'이 달려온다

  • 입력 2004년 1월 9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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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으로 가정 내 모든 디스플레이에 화면을 전송하는 셋톱박스, 인터넷으로 즐기는 디지털 TV, 운전석을 장악한 텔레메틱스.' 가전과 정보기술(IT)의 융합은 뜨거웠다.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인 '2004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Consumer Electronics Show)'가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됐다.

11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를 비롯한 국내업체 40곳을 포함해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HP 델 소니 필립스 등 세계 가전·정보통신 업체 2300여 곳이 참가했다. CES는 세계 각지에서 11만명이 넘는 바이어와 가전·정보통신 관계자들을 끌어 모으며 '디지털 융합'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함께 '전시'했다.

▽거실을 디지털 신호로 채운다=올해는 '무선으로 연결된 디지털 거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우일렉트로닉스, 샤프, 도시바 등이 지상파나 케이블로 받은 고화질(HD) 화면을 디지털 TV로 무선으로 전송해주는 셋톱박스를 일제히 선보였다. 특히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전체 부스의 3분의 1 가량을 거실로 꾸며 한대의 셋톱박스로 두 대의 디지털 TV에 HD급 화면을 전송하는 시연을 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미주법인 김성재 과장은 "HD급 화면을 전송하는 데 필요한 초당 10Mb 이상의 전송속도를 확보했다"며 "올 하반기 제품이 시판되면 셋톱박스 한대로 가정내 디지털 디스플레이에서 각자 다른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디스플레이 경쟁=액정화면(LCD) TV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는 가장 뜨거운 경쟁 분야 중 하나였다. 삼성전자가 며칠 전 국내에서 먼저 발표된 세계 최대 80인치 PDP TV와 전시했고, LG전자는 76인치 PDP TV를 비롯해 55인치 LCD TV 등으로 250여평 전시관을 거의 채우다시피 하며 '디스플레이 분야 강자'임을 내세웠다. 일본 업체인 샤프나 파나소닉이 다양한 크기의 디스플레이 제품을 전시했고, 중국 기업인 하이얼도 PDP와 LCD TV를 전시했다.

고화질의 디지털 TV 시장과 함께 커갈 대용량 영상저장장치도 다수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DVD보다 4배 이상의 용량(32GB)을 담을 수 있는 차세대 블루레이 디스크 레코더를 선보였고, LG전자는 아예 60인치 LCD프로젝션 TV에 HD급 영상저장장치(PVR)를 내장한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IT업체의 가전 관련 사업 확대=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 회장이 전날 말한 '빈틈없는 컴퓨팅'을 보여주려는 듯 TV 관련 솔류션을 대거 선보였다. 인터넷으로 전송된 TV방송을 화면으로 보내주는 셋톱박스 내장 프로그램인 'IP TV'와 케이블 방송을 마치 영상정보 도서관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소프트웨어인 'TV 파운데이션 에디션 1.5'를 선보였다. 또 언제 어디서나 날씨와 주식정보, 뉴스를 전송받을 수 있는 '스마트 손목시계'로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인텔 역시 인터넷 TV 셋톱박스에 들어가는 프로세서를 전시하며 '디지털 융합' 관련 기술을 강조했다. 인텔의 폴 오텔리니 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디지털 가전과의 융합에 필요한 기술개발을 위한 2억 달러 펀드 조성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자동차 산업 강국인 일본 업체들은 파나소닉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텔레메틱스 제품도 선보였다.

국내 중소기업 제품 중에는 엔터기술의 '마이크 노래방'과 모컴테크의 '양면에서 볼 수 있는 프로젝터 스크린'이 눈길을 끌었다.

1967년 뉴욕에서 처음 열린 이후 올해로 38회째인 이 전시회는 VCR(70년)과 캠코더(81년), DVD플레이어(96년), 포켓 PC(2000년) 등이 세상에 처음 등장하는 무대가 돼 왔다.

라스베이거스=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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