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따르면 동양인은 직관이 강하고 경험을 중시한다. 반면 미국인은 논리와 분석에 강하다. 동양인은 배경, 맥락을 중시하며 모순을 잘 받아들인다. 반면 서양인은 배경에서 사물을 떼어내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모순을 싫어한다. 》
예를 들어 니스벳 교수는 미국인과 일본인에게 물 속에서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이를 회상하게 했다.
일본인 가운데는 “연못이나 호수인 것 같다” “바닥이 바위다”처럼 배경을 설명한 사람이 미국인보다 70%가 많았다. 반면 미국인은 “송어 같은 큰 물고기가 있다”는 식의 사물 중심 대답이 많았다.
또한 동양의 아이들은 문맥 파악에 중요한 동사를 배우는 속도가 빠른 반면 서양의 아이들은 객체를 지칭하는 명사를 빨리 배웠다.
중국인과 미국인에게 엄마와 딸의 갈등에 대해 얘기를 들려주고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도 관찰했다. 대개 미국인은 한쪽 편을 든 반면 중국인은 “엄마와 딸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양비론적 반응을 보였다.
니스벳 교수는 “음양이론에 익숙한 중국인은 변증법적 접근을 선호하는 반면 미국인은 논리적 추론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한국인에 대한 연구는 니스벳 교수의 제자인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가 수행했다. 한 연구에서 최 교수는 한국인과 미국인에게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글을 읽게 했다. 이어서 저자가 누군가의 지시로 이 글을 썼다고 알려준 다음 저자가 사형제도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진 사람인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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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은 그 저자가 비록 누군가의 지시로 썼지만 사형제도에 대하여 찬성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성이 강했지만 한국인에게서는 그런 경향성이 약했다. 최 교수는 “한국인은 행동에 영향을 주는 상황적 제약에 민감하기 때문에 나타난 행동이 바로 그 사람의 신념을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에서 태어난 동양계 미국인의 경우는 미국인과 사고방식의 차이가 없었다. 니스벳 교수는 서로 다른 지리적 생태환경이 사회구조의 차이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각 문화권의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최 교수는 “동서양의 사고방식 차이는 고대 그리스와 중국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며 “동아시아에는 농경사회가 들어서면서 집단을 강조한 반면 수렵사회에서 출발한 서양에서는 개인이 더 중요한 삶의 단위가 되면서 사고방식의 차이가 생겨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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