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스괴담' 확산

  • 입력 2003년 4월 29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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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미국이 세균전에 대비해 만들었다' '국내 사스 유사환자는 사실상 사스 환자다' '사스는 미국과 서방언론이 만들어낸 음모다'….

진원지 격인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동남아 각국에 사스 비상이 걸린 가운데 인터넷을 통해 근거없는 '사스 괴담(怪談)'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돼 사스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

그동안 사스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던 김모씨(31·여·경기 안양시 동안구)는 최근 자주 찾는 육아포털 사이트 게시판에서 한 네티즌의 글을 읽고 마스크를 구입하고 대인접촉을 피하는 등 사스 불안에 떨고 있다.

남편이 대학병원 내과 의사라고 밝힌 한 여성 네티즌이 "사스 의심환자가 사실은 사스환자"라며 "정부에서는 밝히고 있지않지만 사스 의심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병원 의사들은 모두 사스라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린 것을 봤기 때문이다.

29일 야후 네이버 등 주요 인터넷 게시판에는 '사스는 미국과 서방언론이 만들어낸 음모', '미국이 세균전 대비해 만들었을 가능성 높다', '국내 유사환자는 사실상 사스 환자'라는 식의 글들이 범람하고 있다.

대부분의 글들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유언비어에 가깝지만, 현재로선 사스의 원인이나 감염경로 등이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아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키고 있다.

야후게시판의 한 네티즌(idiocy9)은 '세균전 가능성 많다'라는 글에서 "1차 세계대전 직후 독감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은 적이 있다"며 "미국 연구진이 당시 죽은 에스키모의 묘에서 바이러스 등을 추출하는 것을 TV에서 본 적이 있는데,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변종 독감균을 퍼뜨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적었다.

같은 게시판에 또 다른 네티즌(assa-ohyea)은 "사스는 좀 독한 독감일 뿐인데, 서방 세계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을 견제하기 위해 '괴질'이라는 이름으로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 밖에 '중국을 다녀온 사람과 밥만 같이 먹어도 큰일 난다'거나 '제대로 전염을 막으려면 마스크를 3겹 이상 써야 한다'는 등 근거없는 말들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연세대 황상민(黃相旻·41) 심리학과 교수는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과 공포감를 다른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줄여보려는 심리가 이같은 유언비어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검역소 이종구 (李鍾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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