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복제소 네 살배기 '영롱이' 어떻게 지내나

  • 입력 2003년 2월 9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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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첫 복제소 ‘영롱이’가 오랫만에 만난 황우석 교수의 뺨에 입을 맞추고 있다. 옆에서 류기영 목장주가 영롱이를 바라고 있다. -화성=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한국의 첫 복제소 ‘영롱이’가 오랫만에 만난 황우석 교수의 뺨에 입을 맞추고 있다. 옆에서 류기영 목장주가 영롱이를 바라고 있다. -화성=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한국의 첫 복제소 ‘영롱이’가 12일이면 네 살이 된다. 사람이라면 성장이 다 끝난 ‘30대 아줌마’. 벌써 새끼도 두 번이나 낳았다. 영롱이는 워낙 순둥이다. 영롱이를 보러 경기도 대은행목장을 찾았을때 영롱이는 처음 보는 기자에게 다가와 혀를 내밀어 뺨을 만지려 했다. 영롱이를 태어나게 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의 사랑을 받아 사람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99년 영롱이가 태어난 이후 한국에서는 복제 동물의 역사가 활짝 폈다. 그동안 한국에서 태어난 복제소는 90마리에 이른다. 복제돼지도 지난해 경상대 김진희 교수팀에서 처음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10여 마리나 된다. 해외에서 고양이, 열대어 등이 한국 과학자의 도움으로 처음 복제됐다.

97년 태어난 첫 복제양 ‘돌리’는 퇴행성 관절염에 시달리는 등 조로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또 돌리는 염색체 끝 부분(텔로미어)이 정상적인 양보다 짧은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미국 유타대 리차드 코우손 박사가 최근 의학전문지 ‘랜싯’에 발표했듯 이 부분이 짧은 동물은 수명도 짧다. 다른 복제양에서도 조로 현상이 많이 나타났다.

네 살된 영롱이는 어떨까. 영롱이를 보살피는 발안종합동물병원의 김성기 원장은 “돌리와 달리 영롱이는 지금까지 병 한번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건강하다”고 말했다. 염색체에서도 노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미국 코네티컷대 제리 양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복제소는 복제양과 달리 조로 현상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롱이는 체세포를 제공한 원래 소와 똑같이 자랐을까. 그 소는 이미 죽었고 사진도 없어 확인할 길이 없다. 한가지 단서는 젖 생산량이다. 영롱이는 보통 젖소보다 젖을 더 많이 짜내는 우량 젖소를 복제했다. 영롱이가 첫 새끼를 낳은 후 짜낸 젖은 하루에 47㎏으로 보통 젖소의 2배나 된다.

그러나 영롱이의 젖은 아직 우유로 사용할 수 없다. 어느 나라도 복제소의 젖을 사용하도록 허락한 나라가 없다. 충북대 강종구 교수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 복제소 우유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하고 있으며 8월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2∼3년 안에는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복제 고기는 지난해 8월 안전하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아직 사용은 승인되지 않았다.

당초 복제 동물에 가졌던 장밋빛 꿈도 이제 조금은 색이 바랬다. 김진희 교수는 “처음에 복제동물에 너무 기대감을 갖고 성급히 가능성과 파급 효과만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영롱이가 태어났을 때 우량 소를 1000마리 복제해 농가에 보급한다는 계획이 정부에서 세워졌다. 그러나 4년이 흐른 지금 그 계획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 복제동물의 효율성이 낮기 때문이다. 일반 소는 인공수정을 한 뒤 새끼가 태어날 확률이 35% 정도인데 복제소는 10% 정도다. 유전자변형작물(GMO)처럼 소비자들의 반대 심리도 장벽이다. 더구나 요즘 값싼 우유가 수입돼 우량한 복제 젖소도 경제성이 높지 않다. 이에따라 일본도 우량 젖소를 복제해 농가에 보급한다는 계획을 사실상 포기했다.

이제 복제 동물은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값비싼 단백질 의약품을 젖이나 오줌에서 생산하는 유전자변형 동물의 복제와 장기이식용 돼지 복제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황우석 교수는 “수년 내에 돼지 장기를 인간에 이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애완동물과 멸종 동물 복제도 틈새 연구다. 김진희 교수는 “최근 동물복제 학자들이 의학자 및 단백질 분야의 생명과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많이 하고 있어 곧 ‘고부가가치 복제동물’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성=김상연 동아사이언스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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