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NHN, 게임유료화 한달만에 5억벌어 회생

  • 입력 2003년 1월 19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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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 ‘닷컴열풍’이 불었을 때는 ‘인터넷’자만 들어가면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맹신이 투자자와 직장인 사이에서 팽배했다. 그러나 불과 1년여 만에 ‘거품’은 빠졌고, 인터넷 기업을 하는 사람은 한동안 ‘사기꾼’ 대접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참고 견디며 착실하게 수익모델 개발에 매달려온 닷컴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일궈내며 ‘인터넷은 있음’을 증명했다. 동아일보는 정직한 정공법을 창 삼아, ‘신뢰경영’을 방패 삼아 인터넷 업계에서 자기의 자리를 확고히 하는 데 성공한 닷컴기업들을 매주 한 곳씩 찾는다.》

모니터를 켜는 경영진이 침을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3억원도 안 되면 어떡하지?”

NHN 이해진 사장은 공동대표인 김범수 사장에게 말했다.

“무슨 소리, 적어도 5억원은 될 거야.”

회원들이 낸 돈을 집계해 정리한 그래프가 담긴 모니터 화면이 서서히 밝아왔다. 그래프 밑으로 희미하던 숫자가 선명해졌다.

‘510,000,000’

임직원 80여명은 순간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만세를 불렀다. 김 사장이 이사장에게 말했다.

“내가 이겼지? 내놔.”

내기에서 진 이 사장은 지갑에서 5만원을 꺼내 김 사장에게 건넸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이제 살길을 찾은 것이었다.

▽사면초가=NHN은 지난해 매출액 740억원, 순이익 210억원을 기록하며 닷컴기업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불과 2년 전만 해도 NHN은 폐업 위기까지 몰렸었다. 배너광고 매출로만 회사를 운영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그나마 인터넷 광고주의 대부분이었던 닷컴기업들은 투자받은 돈을 광고비로 다 쓰고 망해가는 형편이었다.

2000년 12월 당시 네이버컴 이해진 사장은 이사진에게 “신규투자를 받지 못하면 앞으로 6개월 안에 현금이 바닥난다”고 털어놨다. 투자자들은 인터넷 기업에 대해 흥미를 잃은 지 오래.

NHN 경영진은 당시 “남이 준 돈(투자)으로 월급받겠다는 생각은 이제 버리자”고 입을 모았다. 게임서비스 한게임(www.hangame.com) 유료화를 결정한 것은 이 사장 등 경영진이 수 십 차례 투자자에게 문전박대를 당한 뒤였다.

2001년 3월 게임서비스 유료화 첫달 1인당 월 이용료 4000원이 모여 5억원이 걷힌 뒤 4개월여 만에 월 매출은 10억원대로 뛰었다. 유료화에 자신감을 얻은 NHN은 이어 검색서비스에도 유료화를 도입했다.

특정 검색결과에 업체의 이름을 결과 목록 위쪽에 올려주는 키워드 광고를 10만∼100만원에 팔았고, 검색엔진에 사이트를 일찍 등록시켜 주는 ‘빠른등록’도 9만9000원으로 유료화해 성공을 거뒀다. 현재 NHN의 매출구조는 게임 45.3%, 광고 46.6%, 쇼핑(전자상거래) 5.9% 등.

▽기술을 판다=NHN의 강점은 모든 서비스를 자체 기술로 구축해 로열티를 전혀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기술로 구축한 일본 현지 검색 서비스 네이버저팬(www.naver.co.jp)에서는 검색 솔루션을 기업들을 상대로 판매하고 있다. 한게임저팬(www.hangame.co.jp)도 자체 개발한 마작 당구 등의 게임이 인기를 끌며 회원 130만명을 넘어섰다.

NHN은 외국어검색 서비스와 한게임의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올해에는 매출액 1300억원, 순이익 6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NHN은 2002년 매출액도 연초 600억원으로 목표를 정했다가 약 23%를 초과한 740억원을 기록한 ‘전과’가 있다.나성엽기자 cpu@donga.com

▼이해진사장 "정보검색-게임산업에만 몰두할것"▼

“전공분야에 집중하겠다.”

NHN 이해진 사장은 앞으로도 정보검색 서비스 ‘네이버’와 게임서비스 ‘한게임’ 위주로 사업을 꾸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포털’의 개념이 사라졌다. 정보검색 채팅 게임 커뮤니티 등 각자 부문에서 최고가 돼야만 성공할 수 있다.”

인터넷 사업 초기에는 “영화감상에서 장보기까지 생활의 모든 것을 한 사이트에서 할 수 있도록 해야 성공한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인터넷에서도 ‘전문가’만이 살아남는다”는 게 이 사장의 판단.

NHN은 최근 정보제공 서비스 ‘네이버’에서 일본어 웹사이트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본어로 된 인터넷 사이트를 한국어로 번역된 형태로 볼 수 있다. NHN은 중국어 영어 등 언어의 영역을 넓혀 네이버를 통하면 세계의 모든 정보를 한국어로 볼 수 있도록 만든다는 장기계획도 갖고 있다.

한게임에는 영화서비스를 신설, 최근 개봉작들을 상영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영화 외에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강해 게임을 축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포털로 발전시킨다는 계획.

이 사장은 “정보제공과 게임 두 가지에만 전념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수백 가지가 넘는다”며 “사업다각화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코스닥 등록 이후 주가관리에 대해 이 사장은 “당장의 주가에 연연하면 장기포석을 둘 수 없다”며 “순간의 실적보다는 주가가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곡선을 그리도록 정보제공과 게임 쪽의 깊이를 더해, 결과적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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