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안의 미디어 천국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7시 23분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휴대전화 액정화면을 통해 첫 선을 보일 모바일 영화‘프로젝트X’./사진제공 SK텔레콤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휴대전화 액정화면을 통해 첫 선을 보일 모바일 영화‘프로젝트X’./사진제공 SK텔레콤

●전용영화이어 가수 데뷔 ‘뮤비’도

SK텔레콤은 14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휴대 전화를 통해 자체 제작한 ‘모바일 전용 영화’시사회를 연다. SK텔레콤이 편당 4∼5억원을 투자해 만든 이 영화는 한상희감독의 ‘프로젝트 X’(차승원 김민정 주연), 이희철 감독의 ‘건달과 달걀’(이성진 오승은 주연), 이상우 감독의 ‘마이굿 파트너’(권상우 최윤영 주연) 등이고 ‘킬러들의 수다’의 장진 감독도 모바일 전용 영화 ‘아버지 몰래’를 준비중이다.

가수 겸 음반프로듀서인 박진영은 11월말경 ‘모바일 가수’를 휴대전화를 통해 데뷔시킬 예정이다. 국내 처음으로 휴대전화 데뷔를 앞두고 있는 이들은 4인조 신인 그룹 ‘노을’. 이들은 박진영이 직접 작곡한 리듬앤블루스(R&B) 4곡을 부르고 뮤직비디오도 준비중이다. 이 음반은 음반 매장이나 인터넷 음악파일로는 구할 수 없으며, 휴대전화만을 통해 요금을 받고 다운받는다. 이른바 새로운 유통 형태인 셈이다.

이밖에 휴대전화를 통해 드라마와 스포츠중계 등 방송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서비스는 이미 구문이다.

●2분 단위로 구성되는 ‘비트의 예술’

‘모바일 엔터테인먼트’의 기본 단위는 ‘2분’이다. ‘킬링 타임용’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2분안에 재미를 주고 기승전결의 완결성을 갖춰야 하는 ‘비트의 예술’이다. 이 때문에 등장 인물이 많은 기존 영화보다 모바일 특성에 맞춘 새로운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의 ‘모바일 전용 영화’는 2분짜리 세션이 모두 10편이 이어지는 시리즈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인터랙티브’와 ‘게임’형식이 도입돼 중간에 여러가지 다른 버전을 선택할 수 있는 ‘멀티엔딩’ 영화도 많다.

모바일영화 ‘건달과 달걀’은 상영중 관객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의견을 묻고 고객의 취향에 따라 ‘감성적, 이성적, 현실적’이라는 결론이 다른 세 버전으로 마지막편을 제공한다.

또 체코의 프라하에서 찍은 ‘프로젝트X’는 ‘뮤직 드라마’로 신해철 윤도현 이현우 성시경 등 가수들이 음악을 작업했다. 2분짜리 세션마다 새로 작곡한 신곡을 배경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형식의 드라마이다.

●쌍방향 통신… 방송과 통신 경계 허물어

서강대 현대원교수는 “휴대전화는 ‘개인화, 디지털화, 접근가능성’에서 가장 강력한 차세대 미디어”이라며 “이를 통해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작품들은 짧은 시간에 눈길을 끌려다보니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재미만 부각시킬 부작용도 적지 않다. 영화든 음악이든 작가의 메시지보다 관객의 취향에만 끌려다니는 ‘오락’으로만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한섭 서울예대 교수는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던 기존 예술과 달리 모바일 엔터테인먼트의 특징은 쌍방향과 일상적 공간에서 감상한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이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가장 먼저 실험하고 있는 장르여서 그 전개 방향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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