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배아복제 허용 추진]"한국만 뒤질수 없다" 판단

  • 입력 2002년 3월 6일 18시 34분


과학기술부가 인간배아복제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려는 것은 세계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줄기세포 연구에 우리만 뒤질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흔히 ‘만능세포’로 불리는 줄기세포는 당뇨병 심장병 뇌질환 등 난치병 치료를 위한 조직과 장기를 만들 수 있어 의료혁명의 총아로 등장하고 있다. 시험관에서 복제한 인간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환자에게 이식하면 난치병을 고칠 수 있지만 복제배아를 자궁에 넣으면 복제인간이 태어날 수 있어 ‘위험한 기술’이라는 비판도 함께 받아왔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과기부가 인간배아복제를 허용하려는 것은 인간배아복제가 효과적인 치료용 줄기세포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확립된 줄기세포 추출 방법은 크게 세 가지. 첫째는 인공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방법이고 둘째는 사람의 몸에서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방법, 셋째는 사람의 체세포를 복제해 여기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배아복제 방법이다.

과기부가 구성한 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5년 이상 보관한 냉동수정란과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세 번째 방법인 인간배아복제는 금지하는 합의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미국의 생명공학기업인 어드밴스트 셀 테크놀로지사가 인간배아복제방법으로 난치병 치료용 줄기세포를 얻는 데 최초로 성공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인간배아복제 연구가 세계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국내 과학계에서도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진 것.

과기부 관계자는 “특히 인간배아복제방법은 환자 자신의 체세포를 복제해 이를 시험관에서 배양해 이식하므로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생명윤리자문위원인 서울대 의대 황상익 교수는 “골수 등 환자의 몸에서 면역거부반응이 없는 줄기세포를 얻는 것도 가능하다”며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인간배아복제 금지원칙을 파기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배아복제연구를 금지하는 법률은 없지만 현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영국은 2000년 치료 목적의 배아복제를 허용하는 ‘인간의 수정과 발생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으며 반대 여론이 일자 상원이 지난주 배아복제 허용 입장을 재확인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배아복제를 엄격히 금지했던 독일도 1월 배아줄기세포의 수입은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일본은 2001년 문부과학성의 지침에 따라 배아복제를 금지하고 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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