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이메일이 기업을 바꾼다

  • 입력 2000년 10월 2일 18시 32분


종합상사인 삼성물산에서는 사내 e메일시스템이 도입된 뒤 팀미팅이 사라지고 있다. 결제, 공지사항, 정보교환 등 공식적인 업무는 모두 사내 e메일을 이용해 처리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e메일로 모든 일을 처리하다보니 유대감이 없어진다" 는 지적에 따라 '스킨십미팅'이라는 모임을 친목도모 차원에서 할 정도다.

Sk글로벌의 해외 지사원들은 본사의 문서를 받기위해 밤 근무를 하지 않는다. e메일을 통해 언제나 연락이 되기 때문이다. e메일 때문에 시차가 없어진 것.

정보화사회가 가져다 준 가장 큰 선물로 꼽히는 e메일. 일반인들은 e메일을 편지나 전화를 대체하는 정도의 도구로 활용하지만 기업의 세계에서 e메일은 회사내의 업무흐름을 완전히 뒤바꾸며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공간의 극복.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도 전화선으로 연결만 되면 업무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삼성물산은 IMF이후 인사 총무 등 간접부서의 인원을 절반으로 감축했다. 하지만 업무생산성은 더 높아졌다는 설명. 담당자들이 해외출장을 가도 e메일을 통해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출장이 많기로 유명한 건설회사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e메일을 통해 복잡한 서류는 물론 도면교환까지 가능해 비싼 해외출장이 줄어든 것.

시간의 극복도 혁신적인 변화. 각 종합상사의 해외주재원들은 그동안 한국시간에 맞추느라 잠을 설쳐야 했다. 지금은 자신이 편리한 시간에 수백개의 거래처에 모든 정보를 한 번에 보낼 수 있다. 팩스나 국제전화를 쓰지않아 통신비도 절반이하.

e메일은 얼굴을 맞대지 않고도 일대일, 일대다, 다대다(多對多)의 정보교환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회사내에 수평적인 정보흐름도 활발해지고 있다.

SK(주)의 경우 사내동호회가 무려 446개나 구성돼있다. 이들간에 업무와 연관된 정보교류가 활발해져 업무와 관련한 도움을 팀밖에서 구하는 일이 많다. 최근 SK(주) 울산공장은 탱크버너에 문제가 발생, 사내메일을 통해 도움을 청하자 평소에 일면식도 없는 부서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해 문제를 해결했다.

e메일은 얼굴을 맞대기 어려운 만남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삼성그룹 웹마스터 정광열 과장은 평소 부하직원을 질책할때 e메일을 사용한다. "e메일로 질책을 하면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조목조목 이야기할 수 있고 부하직원도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지 않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LG-EDS 등 일부에서는 e메일로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아래 리더십교육에 'e메일의 효율적 사용법' 을 강의할 방침이다.

e메일은 또 직급을 건너뛰는 대화를 가능하게 해준다. 사장 등 상위직급자가 중간직을 건너뛰고 사원들과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채널을 마련, 사내민주주의를 촉진시키고 있다.

장성훈 삼성물산 e커머스팀장은 "e메일은 기존의 정보교환 형식을 대신해주는 차원을 넘어서 조직내의 모든 구성원을 연결시켜준다"면서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활용방법과 효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