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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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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계도 예전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코스닥 상장, 해외시장 진출의 낭보가 연이어 전해지고 신제품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겉보기에는 무척 화려한 한국의 게임산업. 그러나 진정한 성장의 길을 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앞선다.
예전에는 일본 게임 일색이던 오락실을 이젠 국산 게임이 휩쓸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표절에 가까운 아류작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표절 게임의 원조는 음악 게임인 ‘이지 투 디제이’다.
안다미로의 ‘펌프 잇 업’은 일본 코나미의 ‘댄스 댄스 레볼루션’에서 화살표 방향만 바꿨다. ‘우가우가’는 세가가 내놓은 ‘삼바 데 아미고’의 닮은꼴이다.
게임을 잘 모르는 일부 언론에서는 “참신한 음악 게임이 나왔다”고 보도하기도 한다. 사실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반면 이미 성공한 게임을 표절하는 건 쉽고 안전하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독이 된다.
게임 회사의 의식 부족도 표절 못지 않은 문제. 한국 최고의 게임제작사 소프트맥스의 대표작인 ‘창세기전’ 시리즈는 버그로 악명이 높다. 버그가 없는 게임이야 드물지만 정식으로 출시된 게임에서 게임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버그가 심각하다는 건 말이 안된다.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돈과 시간이 드는 베타(시험판) 테스트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팔아 놓고 소비자들을 테스터로 사용해서 문제점이 발견되면 그 때 보완하는 게 더 쉽다는 식이다. 소프트맥스는 버그를 호소하는 소비자에게 윈도우를 다시 깔라는 말만 반복해서 물의를 빚기까지 했다.
대형 유통사인 판타그램이 유통한 ‘포가튼 사가’는 선불로 예약을 받아놓고 6개월 이상 게임 발매를 연기했다. 이 기간동안 생긴 이자를 돌려주지도 않았다.
더욱 가장 큰 문제는 게임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내세우면서 “한국 게임이니까 이해해 달라”고 일관하는 태도. 게임을 사는 계층이 대부분 순진한 어린 학생들이라는 사실을 이용하는 듯한 태도이다.
게임에 ‘유치산업 보호론’이 적용되지 말란 법은 없다. 아직은 취약하기 때문에 지원과 이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게임은 ‘상품’이다. 품질이 떨어지는 상품을 내놓으면서 업체 쪽이 더 당당한 건 어불성설이다.
유치산업을 보호하는 건 앞으로 성장하리라는 기대 때문이지 계속 품질이 떨어져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박상우 게임평론가>sugulman@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