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CEO "새시장 개척, 정보사냥 바쁘다 바빠"

  • 입력 2000년 3월 23일 19시 37분


“디지털시대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면서 매일같이 정보와 지식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정보사냥에 정신이 없어요”

정보홍수에 빠진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급격한 기업환경변화로 기존 시장을 유지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습득해야 할 정보와 지식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쓸만한 정보와 지식을 얻는데 소홀히 했다간 언제 도태될 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 CEO들은 부설연구소의 요약보고서, 전문가 면담, 조찬간담회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보사냥’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를 최대한 만난다〓삼성투신운용 황영기사장은 새롬기술, 안철수바이러스연구소 등 유명벤처기업인의 조찬강연회에 왠만하면 참석한다. 각종 기업인 써클 모임에도 만사제치고 참여, 업계의 최신정보와 동향을 열심히 듣는다. 정보홍수속에 첨단정보는 역시 벤처기업 CEO가 가장 많이 알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LG그룹 구본무회장은 계열사 기술책임자(CTO)와의 면담을 통해 디지털 정보 흡수에 열을 올린다. 또 염진섭 야후코리아사장을 월례세미나에 초청, 후배 벤처기업인에게 한 수 배운다. 전략회의에선 디지털분야를 집중적으로 듣는 편이다.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서 정보를 습득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은 해외에 직접 나가서 정보를 습득한다. 현대의 해외부문사업을 챙기고 있는 정회장은 1년의 절반을 해외출장으로 보내고 있다. 정회장은 해외출장기간중 짬을 내서 미국 등의 첨단업체 CEO들을 통해 핵심정보와 동향을 얻고 있다게 현대측의 설명이다.

▽영화배우 소설가 등 문화계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삼성전자 윤종용회장은 최인호, 강수연 등 문화계인사들과 자주 만난다. 디지털 정보에 자신있는 윤회장은 기업인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배우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고 있다. 논리보다는 감성을 배우자는 것이다. 전자산업의 미래는 소프트웨어가 좌우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윤회장은 문화계 인사와의 만남에서 많은 사업아이디어를 얻고 있다는 게 삼성측의 설명.

삼성구조조정본부 장충기상무도 “정보가 너무 많아 어차피 선별해야 한다”며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받기도 하지만 강제규감독 등 문화계인사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읽는다”고 말했다.

▽경제연구소, 전경련도 CEO정보제공에 바쁘다〓현대경제사회연구원은 경제동향, 디지털경영 등의 현안에 대한 다양한 CEO용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삼성연구소는 월 1회 계열사CEO들에게 자체제작하거나 외부에서 찾은 책자 3∼4권을 제공하고 E-메일로도 각종 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또 매일같이 선진국에서 쏟아내는 각종 정보를 검색하여 그룹 CEO들이 최신정보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대비하고 있다.

삼성연구소 관계자는 “CEO의 정보사냥은 주로 사람만나기로 이뤄지지만 깊이있는 내용을 제공하는 것은 역시 연구소 몫”이라고 말했다.

전경련부설 지식기반경제센터는 조만간 정보기술(IT)관련 정보를 요약한 ‘위클리 다이제스트’를 발간하여 회원사 CEO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전경련 이승철 본부장은 “CEO들이 쏟아지는 정보를 소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이를 보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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