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환경스페셜' ,중대백로 집단폐사 의혹 추적

  • 입력 1999년 12월 7일 19시 48분


백로를 둘러싼 미스터리가 있다. 10월18일 경남 거제도 부근의 고개섬에서 백로들이 의문의 떼죽음을 당한 것. 이 섬의 신계마을 등에서 모두 150여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운의 운명을 맞은 백로는 정확하게 말하면 백로(白鷺)과 중에서도 중대백로. 비슷비슷하게 보이지만 지구상의 백로과에는 62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중 15종이 한국에서 서식하고 있다. 특히 부리가 계절에 따라 노랗게 변하는 중대백로는 ‘풍년’을 상징하는 길조로 알려져 있다.

KBS1 ‘환경스페셜’(수 밤10·15)은 8일 백로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추적한 ‘미스터리, 백로의 떼죽음’편을 방영한다.

더욱 기막히는 것은 2년 전인 97년에도 바로 거제도 주변의 섬과 해안가에서 400여마리의 중대백로가 죽었다는 사실이다.

백로는 24시간 내내 다리를 꺾지 않고 선 채로 지내는 게 특징. 두 차례 집단적으로 희생당한 백로들은 하나같이 다리가 꺾여 있었고, 정상적인 흰색이 아니라 노란색의 배설물 흔적을 남겼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또 대부분 1년생이었다.

제작을 맡은 KBS 창원총국은 부경대와 전북대 등에 조사를 의뢰했지만 아직 뚜렷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상태. 1차 ‘수사’는 농약이나 중금속 중독, 수질오염쪽으로 진행됐지만 ‘부검’을 통해서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는 백로의 위에서 공통적으로 게 새우 등 갑각류의 동물조직이 발견되고 있어 오염된 먹이들을 포식한 게 백로를 죽음으로 이끌지 않았느냐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프로에서는 10월 사건발생 당시 백로의 모습을 비롯, ‘임시수용소’에서 보호 중인 백로의 생활과 의문사의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각종 실험 모습 등이 공개된다.

최병찬책임프로듀서는 “백로는 물고기와 개구리는 물론 게 새우 등을 주로 잡아 먹는 등 사람의 ‘식성’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백로들의 의문사는 결국 사람들도 위험하다는 것을 알리는 ‘환경 적신호’”라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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