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이는 PC 「i맥」 국내상륙 「비상」

  • 입력 1998년 11월 11일 19시 30분


“어라. 속이 다 보이네.”

애플사가 8월 선보인 야심작 ‘i맥’이 14일 국내에도 출시된다. ‘내부가 훤히 들여다 보이는 PC’인 ‘i맥’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애플사를 단숨에 정상으로 복귀시킨 주역. 출시된 지 6주만에 27만8천여대가 팔려나갔다. 하루 평균 6천∼8천대가 팔린 셈.

‘i맥’ 출시전만 해도 애플사는 77년 설립 이후 줄곧 누려오던 영화를 좀처럼 재현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올들어 3억9백만달러의 순익을 기록하며 3년만에 적자경영에서 탈피했다. 지난해 1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과.

‘i맥’은 애플사 스티브 잡스회장의 ‘다르게 생각하자’는 전략을 현실화한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가장 큰 특징이 바로 파격적인 발상에 있기 때문.

우선 ‘i맥’은 기존 PC의 모니터와 본체가 분리돼 있어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불편에 착안, 모니터와 본체를 하나로 합쳤다. 베이지색 일변도의 색상을 탈피한 점도 눈길을 끈다. 반투명의 크리스탈 색상을 선택해 제품 내부가 들여다 보이게 함으로써 사용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제품의 성능으로 들어가 보자. ‘i맥’은 애플 매키토시만의 독특한 운영체계인 ‘맥OS’와 함께 ‘윈도98’ 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높였다. 인터넷 접속환경을 강화했고 외부기기와 접속이 용이하게 USB포트도 채택. 펜티엄 4백㎒급 CPU에 맞먹는 2백33㎒급 파워PC G3프로세서와 4GB급 하드디스크, 32MB급 메모리 등을 채택했다. 가격도 2백23만원으로 다소 저렴한 편.

‘i맥’의 출시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대우통신과 LG―IBM 등 국내 PC업체들은 ‘i맥’이 20대 안팎의 신세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고 대응제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대우통신은 노트북PC와 데스크탑PC의 중간형인 ‘디노’의 마케팅에 주력할 방침. ‘디노’는 두께가 22.7㎝에 불과한 슬림형으로 별도의 PC테이블 없이도 사용할 수 있고 깔끔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제품.

대우통신은 “i맥 출시를 기다려 왔다”면서 “결코 국내 시장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한판승부를 다짐하고 있다.

LG―IBM도 최근 출시한 패션PC ‘멀티넷800’으로 승부한다는 전략. 10대 청소년을 상대로 철저한 시장조사를 마친 뒤 내놓은 제품이기 때문에 결코 ‘i맥’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LG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깜찍하고 새로운 PC들의 경쟁이 곧 시작된다. ‘i맥’ 출시가 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 PC시장을 되살릴 수 있을 지는 두고봐야 하겠지만 화려한 PC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소비자들에겐 어쨌든 즐거운 일이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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