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공압식엔진 개발]조철승씨『7國서 특허따면 뭐합니까』

  • 입력 1997년 9월 30일 20시 06분


『24년동안 40억원을 쏟아부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피땀흘려 개발한 기술이 돈 부족 탓에 햇빛도 못보고 사라질까봐 가슴 아픕니다』 압축공기를 동력으로 하는 공압식(空壓式)엔진을 개발, 한국 미국 등 7개국에서 특허를 따낸 ㈜에너진의 조철승(趙哲承·55)회장은 상용화 사업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은행을 찾아가도, 신문에 광고를 내 투자자 설명회를 열어도 항상 돌아오는 것은 『담보는 있느냐』는 되물음 뿐. 8월엔 서울 여의도에서 공압식 엔진을 자동차에 장착하고 기름연료 없이 순전히 공기로만 시속 40㎞로 주행하는 테스트까지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다. 『언젠가는 투자자가 찾아와 「1천억원을 빌려줄 수 있다」고 하더군요. 「3년동안 1백억원만 있어도 춤을 추겠다」고 했더니 「발명권을 다 넘기라」고 해 거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다 못해 편법을 쓰기로 했다. 사업이 성공해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면 곧바로 주식으로 바꿔주는 조건으로 개인 투자자 4백여명에게서 4억6천만원 가량을 끌어 쓴 것. 하지만 이도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주식을 공모(公募)하는 것은 증권거래법 위반」이라는 증권감독원의 제동에 걸려 결국 무산됐다.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투자자들에게서 받은 돈은 모두 돌려줘야 했다. 각서를 받은 증감원 관계자도 『법에 따라 조치를 내렸지만 우리 금융현실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 씁쓸했다』고 털어놓았다. 무역업과 외국자동차 부품대리점 등으로 모은 재산은 물론 형제들이 도와준 쌀과 연탄을 반값에 되팔아 연구비로 써가며 개발한 기술은 끝내 상품으로 태어나지 못한 상태. 그러나 그는 『제대로 된 시승식을 연말에 가질 것』이라며 자신의 개발품을 매만지고 있다. 〈정경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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