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넷]PC통신 하이텔 온라인서당 훈장 임재형씨

  • 입력 1997년 7월 9일 07시 46분


임재형씨(29)는 젊은 나이에 서당의 「훈장님」으로 대접받고 있다. 그가 가르치고 있는 서당은 그러나 천자문을 공부하는 곳이 아닌 PC통신 하이텔의 컴퓨터 온라인서당이다. 임씨는 지난 95년부터 하이텔서당에서 컴퓨터에 관련된 1만여건이 넘는 질문에 답변을 띄워 명훈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처음에는 심심풀이로 하루에 한두개씩 질문에 답을 해줬다. 훈장이라고 누가 임명해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차츰 답변횟수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1월에는 무려 1천3백여개의 질문에 답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임씨는 지난 5월에도 1천여개의 답변을 하는 등 아직도 정력적으로 훈장노릇을 하고 있다. 임씨는 자주 나오는 질문 1백여가지에 대해서는 아예 「정답파일」을 만들어놓고 있다. 임씨의 지도는 물론 무보수다. 그는 『한달에 1천개가 넘는 답변을 하려면 하루에 6시간 이상 PC통신에 매달려야 한다』고 털어놨다. 한달에 나오는 전화료만도 20만원에 이른다.이처럼 자기 돈 써가며 열심히 「남좋은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 임씨는 『답변 중독증에 걸린 것 같다』고 털어놨다. 몇차례 서당을 뜨려고 했으나 며칠 못 버티고 되돌아오게 된다는 것. 또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임씨가 수많은 답변을 하면서 사용한 PC가 골동품 286컴퓨터였다는 점이다. 8비트 컴퓨터로 출발한 그는 지난해 5월까지 286으로 PC통신을 했다. 『그 당시까지는 286으로도 문제가 없었으나 지금은 윈도 관련 질문도 많아 새 기종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하는 임씨는 컴퓨터잡지사에서 받은 원고료를 모아 몇차례 업그레이드를 거쳐 펜티엄을 장만했다. 이같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가르친 덕분에 임씨는 하이텔의 게시판 「내가발견한 좋은이용자(gocheck up)」에서 「통신 초보자의 등대」로 칭송받았다. 그는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나서 전자우편으로 장문의 감사편지를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임씨는 이제 하이텔서당에서 은퇴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대학원도 졸업했고 더 이상 취업을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사용설명서를 읽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문제도 꼭 PC통신으로 질문하는 이용자가 있다』면서 『정말 컴퓨터실력을 키우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김홍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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