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鍾來기자」 「컴맹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회사원 K모씨. 지난 달 회사가 사원들에게 새 PC를 지급하면서 평소 컴퓨터 도사로 소문난 K씨가 여기저기 PC해결사로 불려다니느라 업무까지 마비될 지경. 한두번은 참을만 하지만 컴퓨터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트러블을 그가 다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어느 날은 회사에 가서 컴퓨터 트러블을 해결하다가 시간을 다 보낸 적도 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쉬고 있을 때에도 컴퓨터 상담을 호소하는 컴맹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컴퓨터가 고장나 데이터를 살려야 한다며 꼭두새벽에 불쑥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프린터에서 문서 출력이 안되는데 어떻게 해야지?』
『애들이 컴퓨터를 사달라는데 어떤 기종을 살지 모르겠어』
『내 컴퓨터가 갑자기 먹통이 됐어』
『인터넷은 어떻게 해야지?』
『게임을 설치했는데 실행이 안돼』
묻는 것도 여러가지.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비싼 돈 들여 PC공부를 시작하지만 모든 게 낯설 뿐이다. PC를 알면 알수록 프로그램 설치, 디렉토리 관리, 모뎀 설정, 프린터 드라이버 셋업 등등 새로운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눈부신 컴퓨터 세상에서 컴맹은 답답하고 괴로운 것이다. 그러나 K씨처럼 남들보다 컴퓨터를 잘 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수난아닌 수난을 겪어야 하는 「컴도사」도 알고보면 많다.
폭주하는 컴맹의 민원에 시달리다보면 실상 컴도사가 해야할 회사 업무나 학업에까지 지장을 준다.회사나 학교처럼 컴퓨터가 많이 있는 곳에는 컴퓨터 트러블을 상담하고 해결해주는 전문가가 따로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화려한 컴퓨터 세상에서 벌어지는 컴맹과 컴도사 간의 「쫓고 쫓기는」 해프닝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