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리스크 커진 화장품株, 옥석 가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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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갈수록 높아지는 ‘K뷰티’의 위상과 달리 올해 증시에서 화장품업종 지수는 연초 대비 30% 가까이 떨어질 만큼 부진했다. 화장품 종목은 작은 뉴스에도 주가 변동 폭이 크고, 다른 종목까지 함께 들썩이는 특징이 있다. 투자자들이 개별 업체의 경쟁력보다 중국인 관광객 증감 등 중국 시장의 영향을 크게 의식하기 때문이다.

K뷰티 관련 업종에 투자하기 위해 가장 눈여겨봐야 할 데이터는 면세점 매출과 수출 규모다. 면세점 매출은 2013년 6조8000억 원에서 올해 약 19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화장품 매출은 2조5000억 원에서 10조 원으로 커져 면세점 매출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매출에서 브랜드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매출 합계는 2015년 전체의 40%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엔 28%로 낮아졌다. 면세 화장품의 수요층과 선호 브랜드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과거엔 중국인 관광객이 면세 화장품의 주요 고객이었지만, 최근엔 가격 이점을 노린 리셀러(소매상)의 대량 구매가 많아졌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약 60조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정식 수입 시장은 12조 원가량인데 한국은 이 중 20% 이상을 차지한다. 약 2조 원에 이르는 온라인 역직구, 면세점 판매량 등을 더하면 한국 화장품의 점유율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장품 매출의 대(對)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리스크도 커졌다. 불투명한 유통 경로를 통한 판매가 너무 많아진 것이다. 특히 위생 허가나 정식 수입 절차를 밟지 않은 제품이 중국에서 재유통되면서 중국 당국의 제재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공항 내 수입품 검색 강화,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전자상거래법 등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한국 기업들의 ‘규제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여전히 K뷰티 산업의 ‘기회의 땅’이다. 중국의 색조 화장품 소비세 인하, 세계 최고 수준의 온라인 유통 환경 등 국내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 시행된 소득세 기준 완화는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다변화 전략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장품 기업들은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미국 시장의 문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수출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제는 개별 화장품 기업의 경쟁력과 시장 전망을 따지는 투자 전략이 필요할 때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k뷰티#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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