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라보엠 속 파리는 푸치니의 상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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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토레델라고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라보엠’ 2막. 동아일보DB
2016년 8월 토레델라고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공연된 ‘라보엠’ 2막. 동아일보DB
푸치니.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을 보다 보면 고개가 갸웃해지는 일이 있습니다. 2막,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파리의 카페를 찾은 주인공들이 길옆의 바깥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파리도 크리스마스이브엔 춥기 때문에 굳이 밖에 앉을 이유는 없습니다.

밖에 앉는다는 설정이 무대 구성을 위해 자연스럽기는 합니다. 2막에서는 카페에 앉은 주인공들뿐 아니라 길을 다니는 장난감 장수, 군악대 행진 등에도 눈길이 가기 때문이죠. 주인공들과 길거리의 군중이 ‘같은’ 실외에 드러나는 쪽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주인공들이 카페 건물 내부에 앉도록 무대를 배치하는 것이 특별히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푸치니 전기 작가들은 이 장면이 사실은 ‘상상의 파리’일 뿐이라고 얘기합니다. 푸치니의 고향인 이탈리아의 루카는 12월 말에도 기온이 온화했고,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사람들이 원형광장의 카페에 앉아 있곤 했다는 겁니다. 3막에 나오는 ‘호플라’라는 합창도 루카가 있는 토스카나주 사람들만 쓰는 말이라고 합니다.

푸치니는 ‘라보엠’을 쓰면서 집 근처 호수 주변의 오두막을 사들이고는 ‘클럽 라보엠’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는 여기에 피아노 한 대를 놓고 작곡을 계속했고, 동네 사냥꾼과 화가들이 밤마다 모여 옆에서 카드놀이를 하도록 했습니다. ‘정숙 금지, 합법적 도박 금지’라는 ‘클럽훈(訓)’도 걸었습니다. 오페라 대본에 나오는 친구들의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작품에 배어들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클럽 라보엠’ 회원이었던 동네 화가 판니는 훗날 ‘라보엠’이 완성되던 날을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푸치니가 작곡이 끝났으니 들어 보라고 말했다. ‘클럽 라보엠’ 안은 조용해졌다. 마지막 화음을 연주한 뒤 푸치니는 ‘가엾은 미미는 이렇게 죽었다’고 말하며 건반 앞에 얼굴을 파묻었다. 다시 일어난 그의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12월이면 특히 사랑을 받는 ‘라보엠’을 국립오페라단이 12월 7∼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합니다. 여주인공 미미 역에 소프라노 윤정난 홍주영, 남주인공 로돌포 역에 테너 허영훈 김경호 씨 등이 출연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푸치니#푸치니 오페라#라보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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