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9>트뤼도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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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눈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주 화요일, 그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울었다.

“오늘 아침, 우리는 최고의 사람 중 한 명을 잃었습니다. 고드는 내 친구였습니다. 아니, 모든 사람의 친구였습니다. 고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만큼 이 나라를 사랑했습니다. 그는 이 나라를 더 좋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것이 그가 지난해에 채니 웬잭과의 화해에 헌신했던 이유입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것에서 영감과 힘을 얻었습니다. 고드가 없으니 이 나라에 뭔가가 빠진 것 같습니다. 우리는 그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애도의 말을 차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마음이 아파서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를 울게 만든 것은 록 그룹 ‘트래지컬리 힙’의 리드 보컬이었던 고드 다우니의 죽음이었다. 라디오 방송국들도 정규 방송을 중단한 채 다우니의 음악을 들려줬고, 의회도 묵념 후에 업무를 시작했다.

다우니는 캐나다의 자부심이었다. 그의 음악이 그랬고 삶이 그랬다. 무엇보다도 그는 ‘트래지컬리 힙’으로 얻은 명성을 활용해 상처를 얘기하고 캐나다를 화해의 길로 이끌고자 했다. 그는 “이 나라는 우리가 알고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주민들에 대한 야만적 폭력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인디언 기숙학교’에서 도망쳐 집으로 가다가 죽은 원주민 소년 채니 웬잭의 이야기를 ‘시크릿 패스’라는 제목의 음악과 그래픽소설로 만든 것은 인디언에 대한 폭력을 환기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는 TV로 생중계되어 1000만 명 이상이 시청한 자신의 마지막 콘서트에 참석한 총리에게 북쪽의 인디언들을 생각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부탁했고, 의회에 가서는 고통받는 인디언 젊은이들을 생각해 달라고 부탁했다. 암에 걸려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그랬다. 그가 인디언 대표로부터 창조주를 상징하는 독수리 깃털을 받고, ‘별들 사이를 걷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위카피 오마니’라는 이름을 받은 것은 그러한 헌신 때문이었다.

다우니는 음악과 사회적 정의의 문제를 별개로 보지 않은 로커이자 시인이자 활동가였다. 그는 예술이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에 관여할 때, 상처를 치유하고 공동체를 화해의 길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인디언 문제로 자주 눈물을 보이던 그는 쉰셋의 나이에 ‘별들 사이를 걷는 사람’이 됨으로써 자신의 친구였던 트뤼도 총리를, 아니 캐나다를 울게 만들었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트래지컬리 힙#고드 다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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