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무민’과 함께 듣는 시벨리우스의 음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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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TV로 본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한밤, 무덤에서 해골들이 나와 춤을 추다가 닭이 울자 황급히 무덤으로 들어가는 단편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해골이 정강이뼈를 들고 다른 해골을 실로폰 치듯이 치는 장면은 우습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습니다.

자라서 이 장면이 디즈니의 어떤 작품에 나오는지 몹시 궁금했습니다. 여기 쓰인 음악도 궁금했고요.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아닌가 싶었지만 음악이 전혀 달랐습니다. 궁금증은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검색할 수 있게 된 1990년대에 풀렸습니다. 애니메이션은 디즈니의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 ‘실리 심포니’ 중 첫 작품인 ‘해골의 춤’(1929년)이었고, 여기 쓰인 음악은 그리그의 ‘서정 소곡집’ 5집(1891년)에 나오는 ‘트롤의 행진’이었습니다.

트롤이 무엇일까요? 스칸디나비아 전설에 나오는 거인족입니다. 나라마다 다르게 묘사되지만 대체로 못생겼고 사람을 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연과 친하고 명상적이며 음악을 좋아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얼마간 두려운 존재였던 이 트롤을 친숙한 존재로 만든 것이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이 1945년 창조한 캐릭터 ‘무민’(사진)입니다. 무민 가족은 트롤이지만 괴기스럽거나 무서운 점은 없습니다. 소박하고 때로 소심하며 사람과 같은 생활을 영위하는 우리의 친구죠. 이 무민의 모든 것을 알아볼 수 있는 ‘무민 원화전’이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핀란드 독립 100주년을 축하하는 의미도 담은 전시입니다.

옛 트롤 전설에서 두려움을 뺀 무민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리그의 ‘트롤의 행진’보다는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카렐리아 모음곡’ 같은 유쾌한 선율들이 떠오릅니다. 무민 가족이나 시벨리우스의 음악작품 모두 올해 비로소 100년이 된 핀란드 공화국의 정체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강소국’으로 알려진 핀란드는 여러 면에서 우리의 역할모델로 여겨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 가을에 무민과 벗하며 시벨리우스의 아름다운 선율들을 들어보면 어떨까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무민#시벨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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