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진대제]4차 산업혁명시대, 강점부터 혁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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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3차 산업혁명의 동력은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었다. 4차 산업혁명은 이 디지털 기술에 인공지능(AI)과 로봇, 바이오기술이 융합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인류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속도로 빠르게 세상을 바꿀 것이다.

기존 노동집약적 산업은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발전해 왔다. 이 때문에 자동화가 육체노동자들의 고용을 줄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은 국제적인 상품 및 서비스 수요 증가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고용이 창출됐다.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상쇄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육체노동자보다는 정신노동자의 고용을 축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불행히도 과거에 익숙했던 고용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자동화 시대를 거치면서 세계 전체의 제조업 생산이 이미 충분한 수준에 와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4차 산업혁명은 개인에겐 기회가 아니라 거대한 위기일 수 있다.

기업 역시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기업은 좋은 상품을 싸게 많이 만들어 유통과 물류를 통해 시장에 내다팔면 됐다. 앞으로는 제조업의 서비스화로 인해 제조와 서비스가 일체화되거나 이를 병행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이미 자동차 회사들은 차량에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현하는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점은 기업과 개인이 공통으로 당면할 도전이다. 플랫폼은 뭔가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이다. 버스 승강장은 승객이 요금을 내고 차를 타는 공간이지만 주변에 매점, 자판기, 광고판 등이 모이면서 다양한 거래의 장으로 변한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오는 플랫폼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IT 4인방의 성공은 제조업과 금융, 서비스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각자의 강력한 플랫폼 덕분이다.

한국에서 구글이 탄생하지 못하는 이유로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이 꼽힌다. 창의성은 선천적으로 타고나지만 교육을 통해서도 육성할 수 있다. 산업사회에 적합했던, 수능 한 번으로 30만 명을 줄 세우는 제도로는 창의성과 호기심 있는 인재를 키울 수 없다. 기업들은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은 사업별 수직계열화를 통해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반도체 제조를 설비산업으로 확장해 외국 반도체 업체들이 우리 설비까지 사도록 하는 식이다. 강점을 가진 분야에 주변 것들을 하나둘씩 붙여 키우는 게 플랫폼 비즈니스다.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잘하는 부문부터 혁신의 공정이 시작돼야 한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회장
#4차 산업혁명#인공지능#로봇#바이오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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