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판권의 나무 인문학]자신만의 금관을 만들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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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주나무

금관 모양의 꽃을 피우는 모감주나무.
금관 모양의 꽃을 피우는 모감주나무.
인간의 마음은 태어나면서부터 청청하다. 그래서 삶은 청청한 마음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청청한 마음을 드러내는 행동은 공부다. 산다는 것은 곧 공부다. 그러나 산다는 것이 공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삶을 공부라고 생각하는 순간, 몸속의 무한한 잠재력이 밖으로 드러나 빛난다.

무환자나뭇과의 갈잎중간키나무 모감주나무의 꽃은 금관(金冠)처럼 빛난다. 그래서 모감주나무를 골든 레인 트리(Golden Rain Tree)라 부른다. 여름에 모감주나무가 꽃을 피우면 마치 황금비가 내리는 것 같다.

금관은 우리나라 고대사회를 상징하는 공예품이자 최고 권위를 상징한다. 그래서 누구나 금관을 갖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은 금관은커녕 동관조차 갖지 못하지만, 모감주나무가 사는 법을 찬찬히 살피면 누구나 쉽게 금관을 가질 수 있다.

모감주나무의 꽃이 금관으로 보이는 것은 꽃 색깔과 모양 때문이다. 그런데 모감주나무의 꽃을 가까이서 자세히 보면 노란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약간 붉은색도 있고, 모양도 왕관이 아니다. 만약 자신을 멀리서 볼 수 있다면 스스로 빛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식물학자들이 모감주나무의 꽃을 왕관으로 이해한 것이 멀리서 보았기 때문이듯, 자신을 멀리서 보는 습관을 가지면 스스로 위대한 존재라는 것을 안다. 자신을 멀리서 본다는 것은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는 뜻이다.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평소 마음의 틈을 만들어야 한다. 틈을 만들어야만 빛이 들어오고, 빛이 들어와야 나무든 사람이든 성장할 수 있다.

황금의 꽃이 바람에 떨어지면 꽃 진 자리에 연두색의 꽈리 같은 열매가 부풀어 오른다. 연두색의 열매가 갈색으로 변하면 그 속에 서너 개 정도의 열매가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민다. 열매는 염주를 만드는 데 쓰인다. 그래서 모감주나무를 염주나무라 부른다. 모감주나무의 열매는 부모인 ‘근심을 없애는 열매’를 뜻하는 무환자나무의 열매보다 작지만, 큰스님만 사용할 수 있었을 만큼 귀했다. 요즘엔 모감주나무를 가로수나 정원수로 많이 심는다.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모감주나무는 없다. 다만 태안 안면도와 완도 대문리 및 포항 발산리의 모감주나무 군락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있다. 모두 바닷가에 살고 있는 모감주나무 군락은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간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모감주나무#금관 모양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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