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잊혀진 부처’ 될까 걱정하는 산업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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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경제인단 선정때 소외되고 문재인 정부 한달넘게 장관 지명 못해
美투자계획도 정책혼선 우려

이건혁·경제부
이건혁·경제부
23일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할 경제인단 52명의 명단이 공개되자 산업통상자원부에선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방문단 결정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됐기 때문이다. 이전 정부에서 대부분 경제사절단 구성은 산업부가 주도했다. 신청을 받고,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동행 기업인을 선정하고, 명단을 발표하는 것까지 모두 산업부의 몫이었다.

이번에는 이런 일을 모두 대한상공회의소가 맡았고 산업부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들은 “경제인단 동행이 필요한 업체도 민간이 잘 알고 투자를 하는 곳도 민간이니, 실용성을 고려하면 대한상의가 앞장서는 게 당연하다”라고 설명하면서도 답답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여기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장관의 부재로 발언력이 약해진 데다 부처의 위상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한몫했다.

산업부는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문 대통령 당선 후 약 50일이 다 되어가도록 수장을 지명받지 못하고 있다. 통상 부문의 외교부 이관 문제까지 불거진 게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해야만 통상 업무를 총괄할 산업부 2차관 인선이 끝날 수 있어 당분간 지도부의 공백은 계속될 수 있다.

수장 공백으로 인한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인단이 미국 측에 제시할 ‘선물 보따리’에는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과 투자 계획 등이 담길 예정이다. 또 일자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 산업부는 해외 진출 국내 기업의 유턴 활성화를 중점 과제로 받았다. 모순된 업무를 한꺼번에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완전히 방향이 다른 두 개의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해 충돌이 일어날까 우려된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비롯해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 탈(脫)원전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에 이르기까지 산업부가 처리해야 할 현안은 산적해 있다. 더욱이 새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과 근로자 소득 증가를 위한 산업 정책의 주무 부처는 산업부다. 새 정부에서 이 점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건혁·경제부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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