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말러 교향곡 4번의 ‘조금 이상한’ 천국 풍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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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베토벤과 함께 전 세계 교향곡 연주회장을 장악하고 있는 구스타프 말러(사진)는 생전에 지휘자로 명성을 날렸지만 작곡가로서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건 말건 그는 2번 교향곡에서 기존 표준(2관편성) 오케스트라의 두 배 정도 규모의 오케스트라에 합창단과 독창자 두 명을 추가했고 악장 수도 5개로 늘렸습니다. 연주 시간은 1시간 20분 정도나 되었습니다.

이어 3번 교향곡은 6개 악장에 연주 시간이 1시간 40분에 이르렀습니다. 이 작곡가의 ‘확대지향’은 어디까지 갈까요? 사람들은 마른침을 삼켰습니다. 그런데 그는 4번 교향곡에서 간소해진 오케스트라에 50분 정도의 길이로 ‘다이어트’를 감행했습니다. 마지막 4악장에만 여성 독창이 들어갑니다.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천상의 평화를 누리네/ (…) 성 요한이 어린 양을 보내면/가축 잡는 헤로드가 기다리고 있지/우리는 순진하고 착한 어린 양을/죽인다네/성 누가는 암소를/걱정 하나 없이 잡지 (…)’

평화로운 정경인가요?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느낌도 듭니다. 양과 암소가 찍소리 없이 목을 내놓는 정경을 일부러 천국적인 평화를 묘사하는 앞쪽에 내놓다니. 작곡가는 그러나 이 악장에 ‘풍자는 없다’며 비꼬는 느낌 없이 순수한 기분으로 노래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이 노래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 악장은 독일 낭만주의 문학가 아르님과 브렌타노가 1805년에 편찬한 독일 민요집 ‘아이의 이상한 뿔피리’에서 가사를 땄습니다. 옛 독일 민중의 꾸밈없는 꿈과 욕망을 반영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말러가 ‘풍자는 없다’고 말한 노래가 마냥 평화롭게 들리지만은 않습니다. ‘교향곡은 세계를, 우주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 말러는 사람들이 꿈꾼 이상세계의 모순이나 경악스러운 점까지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5,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성시연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말러 교향곡 4번을 소프라노 임선혜 협연으로 연주합니다. 이번 주 목요일인 18일은 말러가 세상을 떠나고 106년 되는 날이군요. 그는 천상에서 고기를 들며 평화를 누리고 있을까요? 짓궂게 묻고 싶어집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구스타프 말러#말러 교향곡 4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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