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진단]바이오, 우물쭈물할 때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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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산업부 차장
허진석 산업부 차장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출시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최근 눈이 번쩍 뜨였다. 무릎이 편치 않은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다. 바이오의약품인 인보사는 무릎에 주사를 하는 방식으로 통증 완화와 연골 보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니, 품목 허가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하반기에는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하게 됐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자식들이 많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고령 사회로 가는 지구촌 전체의 고민이다. 코오롱 이웅열 회장은 신체가 견뎌 낼 수 있는 햇수보다 길어진 수명으로 인해 생길 이런 큰 시장을 약 20년 전에 내다봤다.

좋은 바이오의약품이 많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부모 세대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일자리 때문이다. 무릎 통증을 덜게 해드린다고 자식들이 부모에게 마사지를 해드리면 경제활동으로 잡히지 않지만, 의사가 약과 물리치료 등으로 통증을 줄여주고 돈을 받으면 국내총생산(GDP)에 잡힌다. 새 약을 만들고 유통하고 처방을 하는 곳에 자연스럽게 일자리가 생긴다. 수출로 얻는 경제적 잉여는 주변의 일자리도 늘리면서 사회를 더 활기차게 만든다. 한국은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 수출로 오랫동안 이런 방식으로 활력을 유지했다.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0년이면 2780억 달러(약 331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 약 379조 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잠재력 높은 선수지만 아직은 애송이다. 전 세계 줄기세포치료제 품목 허가가 7건뿐인데 이 중 4건이 한국 제품인 것은 잠재력의 방증이고,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수출 규모가 14억4066만 달러(약 1조6423억 원)에 불과한 것은 애송이의 한 단면이다.

잠재력을 키워도 모자랄 판에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걱정이다.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경쟁력은 2009년 세계 19위에서 2016년 24위로 뒷걸음질을 치는 중이다.

경쟁력 하락의 원인으로 바이오의약품의 안전성을 담보하면서도 산업으로 육성하는 데 필요한 통합법과 통합기구의 부재가 지적되고 있다.

전 세계가 바이오의약품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달려드는 와중인데, 한국에선 바이오의약품 관련 법 조합이 현행 약사법에 단 3곳에서 언급될 뿐이다. 실제로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의 연구팀은 인보사가 행정적으로 ‘신약’이라는 사실을 인정받는 데 애를 먹었다. 약사법에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고, 신약에 대한 정의 규정만으로는 유전자치료제가 신약에 해당하는지 파악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생명윤리법과 생물학적제제 등의 품목 허가 및 심사 규정에 불일치가 있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유럽은 10년 전인 2007년에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특별법 ‘ATMP’를 제정했다. 일본은 2015년 바이오의약품 개발부터 상용화를 관리하는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AMED)를 설립해 우리보다 앞서 달리고 있다.

우물쭈물할 시간은 없어 보인다. 통합법과 통합기구를 만들 때 ‘린 스타트업’(최소 요건으로 시작한 뒤 시장의 반응을 보며 개선하는 창업) 방식이라도 도입해 시대와 산업의 변화 속도에 발을 맞춰야 한다. 행정과 정치가 규정 공백을 없애는 것으로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데 기여할 때다.

허진석 산업부 차장 jameshur@donga.com
#코오롱생명과학#퇴행성관절염#인보사#바이오#의약품#atmp#법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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