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野神 김성근 “리더는 공평해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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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서 결과는 선수가 내지만, 그 무대는 감독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감독이란 무엇인가 (김성근 김인식 등·새잎·2012년)

저마다 판단은 다르겠지만 프로야구 한화 김성근 감독(75)의 전성기는 2014년이었다고 생각한다. 김 감독이 이끌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가 해체되면서 야인(野人)으로 돌아왔을 때다.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 3회, 준우승 2회를 이끌며 ‘야신(野神)’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대중적 인기는 2014년만 못했다. 그해 11월 청와대는 김 감독에게 ‘리더십 특강’을 요청했다. 이듬해엔 김 감독과 고양 원더스의 도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5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프로야구 한화의 성적을 반등시키는 데 실패하면서 야신의 신화는 깨지기 시작했다. 성적보다 더 큰 문제는 그의 리더십이었다. 코치들과는 불통 논란에 휩싸였고, 선수들을 혹사시킨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코치이자 아들의 월권 논란도 일었다.

많은 사람이 김 감독에게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렸다. 국민은 물론이고 참모들과도 소통하지 않는 모습에서다.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말이 180도로 바뀌는 것을 두고는 “김성근의 말은 김성근의 말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정치적 공세를 펼 때와 수세에 몰렸을 때 박 전 대통령의 태도도 이와 비슷했다.

청와대 강연에서 김 감독은 “세상의 모든 손가락질을 이겨야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2012년 발간된 이 책에서는 “소통? 그런 것을 나는 잘 모른다. 난 평상시 선수랑 말을 잘 안 한다. 코칭스태프와도 그다지 얘기 안 한다”고 했다. 직언을 허용하지 않고,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는 ‘독선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긴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다. 대통령은 탄핵됐고, 노(老)감독은 계약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있다. 44일 후 대한민국은 새로운 리더십을 만난다. 김 감독이 다시 명예를 회복하길 바라며 다시 그의 책을 집었다. 대선 후보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말이 있었다. “리더는, 감독은 공평해야 한다, 야구를 잘하든 못하든.” 국민에게 ‘좋은 무대’를 만들어 줄 리더를 기다려본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김성근#감독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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