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이 싹트는 ‘힙타운’… 요즘 뜨는 곳은 어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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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상권 지도]을지로… 젊은 예술가들 둥지 틀며 개성시대 주도
익선동… 한옥개조 술집에 외국인 요리사-바텐더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한 골목. 저층 주택가였던 익선동은 최근 한옥을 개조한 카페, 갤러리 등이 들어서면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힙타운(hiptown)’이 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종로구 익선동의 한 골목. 저층 주택가였던 익선동은 최근 한옥을 개조한 카페, 갤러리 등이 들어서면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힙타운(hiptown)’이 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종로구 장사동 세운전자상가 3층 가열(列) 327호는 간판 색마저 바랜 전자부품 가게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띈다. 폭 2m 남짓인 쇼윈도 앞에는 ‘접근금지’라고 쓰인 노란색 띠가 둘러져 있다. 유리를 통해 들여다보이는 가게 안에는 밝은 노란색 조명 아래로 그림들이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21일 오후 갤러리 겸 작업실인 ‘개방회로’에서는 미술작가 3명이 손과 옷에 물감을 묻혀 가며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다음 날 세운상가에서 열릴 전시회 ‘세운하세∼’ 준비에 한창이었다.

 낡은 상가들이 밀집한 세운상가와 인근 을지로 일대가 최근 ‘힙타운(hiptown)’으로 부상하고 있다. 힙타운은 개성을 중시하고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힙스터·hipster)들 사이에서 유명한 지역을 말한다. 이들 지역은 아직 상권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고 규모가 작다. 동아일보와 BC카드가 분석한 서울 25대 주요 상권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힙타운은 유행을 주도하는 힙스터 덕에 주요 상권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문래동, 녹사평, 연남동 등 근래 급부상한 상권 대부분도 과거 힙타운이었다. 유명 상권의 ‘씨앗’인 셈이다.

 현재 서울에서 뜨고 있는 힙타운으로는 중구 을지로 일대와 종로구 익선동, 성동구 성수동 등이 꼽힌다.

  ‘노가리 골목’으로 유명하던 을지로 일대가 힙타운이 된 건 최근 2, 3년 사이 젊은 예술가들의 전시공간과 작업실이 많이 생겨나면서부터다. 현재 을지로 세운상가, 공구상가, 청계상가 일대에 있는 문화공간은 50곳이 넘는다. 개방회로를 운영하는 큐레이터 이현인 씨(31·여)는 “전시회나 영화 상영회, 댄스파티 등이 작업실별로 이어져 동네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아기자기한 식당과 카페도 많이 들어서는 추세다.

 종로구 익선동은 낡은 한옥을 개조한 음식점과 술집이 인기 요소다. 해 질 녘 종로3가의 어두운 뒷골목을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세련된 가게들이 환하게 불을 켜고 있는 골목이 나타난다. 이곳의 가게들은 오래된 한옥에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더해 눈길을 끈다. 직장인 임지혜 씨(26·여)는 “전깃줄이 지나는 오래된 골목길에서 외국인 요리사나 바텐더들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익선동의 매력포인트”라고 말했다. 주택가였던 익선동은 최근 3년 사이 찻집과 술집, 식당, 공방, 게스트하우스 등이 40곳 넘게 들어서면서 자연스레 힙타운이 됐다.

 오래된 공단지대인 성수동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는 창고건물을 리모델링한 갤러리 겸 카페 ‘대림창고 갤러리칼럼’이다. 성수동을 자주 찾는다는 회사원 윤진 씨(23·여)는 “성수동에는 버려진 곳을 재활용했다는 점에서 느껴지는, 이곳만의 고유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토크콘서트 등 각종 행사로 유명한 카페 ‘자그마치’와 커피를 마시며 사진 전시를 즐길 수 있는 갤러리형 카페 ‘사진창고’도 명소다.

 힙타운의 예술가나 소규모 점포 주인들은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것을 가장 걱정한다. 서정렬 영남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뜨기 시작한 세련된 동네는 두 가지 갈림길을 맞는데 한 가지는 기존의 규모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거치며 보다 크고 상업적인 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주거, 상업 환경이 개선되면서 집값이나 임차료가 오르고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원주민들이 동네를 떠나는 현상이다. ‘세운하세∼’에 참여한 작가 정민주 씨(26·여)는 “을지로도 홍대앞이나 연남동의 전철을 밟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힙타운#핫플레이스#세운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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