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강정민]영화 ‘판도라’는 시작에 불과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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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민 미국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 선임연구위원
강정민 미국 천연자원보호협의회(NRDC) 선임연구위원
 원전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가 화제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방사능 대량 누출 중대 사고가 지진으로 인해 노후 원전에서 발생한다. 수습 과정에서 정부는 우왕좌왕하며 사고를 숨기고 축소하기에 급급하다. 현 시국과도 잘 맞아떨어져 이 영화는 국민적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이 영화의 원전 사고 가정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전개 방식과 유사하다. 일본의 원전과는 다른 유형의 국내 원전에는 맞지 않는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원자로 비상냉각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등 적절한 조처가 취해지지 않으면 일본 원전이든 한국 원전이든 원자로 격납 건물이 폭발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다행히 이 영화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 사고는 막아낸다. 만약 이 사고를 막지 못했다면 어떤 결과를 맞을까. 원자로에서 방출된 지 2, 3년 되지 않은 사용 후 핵연료는 방출열이 높아서 공기 중에 드러나면 피복재가 물과의 발열반응으로 화재를 일으키고, 수소를 발생시켜 수소폭발로 이어진다.

 최근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팀은 후쿠시마 원전 4호기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 사고가 발생했다면 피난 지역은 3만1000km²에 3500만 명이 피난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두께 1m 이상 철근 콘크리트 격납 건물 내 원자로 속에 들어 있는 핵연료에 비해 격납 건물 옆 일반 콘크리트 건물 내 수조 속에 저장되어 있는 사용 후 핵연료는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크다.

 현재 국내 경수로 원전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조는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밀집 저장을 하고 있어 화재가 발생하면 일반 저장에 비해 방사능 누출이 20배 정도 증폭된다. 현재 800t 이상의 사용 후 핵연료가 저장되어 있는 고리3호기 저장조에 화재가 발생하면 체르노빌 사고에서 누출된 세슘137 양의 약 30배 이상이 누출된다. 기상 조건에 따라 최대 약 9만4000km² 지역이 피난지역으로 변하고 최대 2400만 명이 피난해야 한다는 계산 결과를 필자가 10월 말 국회에서 발표한 적이 있다. 방사능 오염 지역의 약 3분 2는 30년 이상 피난 권고지역으로 남게 된다는 사실과 북한 일본 중국 등 주변 국가까지도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1979년 원전 중대 사고를 다룬 영화 ‘차이나 신드롬’ 개봉 후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가 발생하였다. ‘판도라’와 닮은 원전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강정민 미국 천연자원보호협의회 선임연구위원
#판도라#원전#차이나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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