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동아일보/이방훈]촛불의 무서운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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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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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자 A12면 ‘평화로운 분노… 비폭력 외치며 충돌 막고 광장의 축제로’를 읽고 뭉클한 감정을 다시 한번 느껴 본다. 수많은 군중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폭력적인 상황들을 방지하려는 한 분 한 분의 노력, 집회 참가자들이 해산 과정에서 쓰레기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느꼈던 창피하고 부끄러웠던 심정은 사라지고 이제는 역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에 부듯한 자부심을 느꼈다.

 이번에 법원이 청와대와 불과 800m 떨어진 서울 내자동 사거리까지 촛불 행진을 허가한 것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법원은 다수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지금까지 보여 준 성숙한 시민의식을 인정해 촛불 집회를 조건 없이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주의 국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허가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일이다. 이에 반해 지금까지 검찰이 보인 행태는 국민에게 실망감과 허탈감을 주고 있다. 검찰이 특정 집단을 비호하는 데서 벗어나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1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촛불 집회를 통해 평화롭게 의사를 표출했는데도 지금까지 청와대는 납득할 만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여야 정치인도 나라와 국민 걱정보다는 자기들 이익 챙기기에만 집중하는 정국이다. 청와대나 여야 정치인이 짧은 시일 내에 국민이 받아들일 정도의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향후 엄청난 혼란이 올지도 모른다. 참으로 마음이 무겁다.

이방훈 의사·제주 제주시
#촛불 집회#청와대#비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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